문화·스포츠 문화

그녀의 광적인 집착...무대는 어느새 오싹

[리뷰 - 연극 '미저리']

영화 '미저리' 연극으로 재탄생

회전 무대 활용, 스릴러 극대화

김상중 등 베테랑 코믹 연기도

연극 ‘미저리’의 한 장면. 베스트셀러 작가 폴 셸던 역의 김상중(오른쪽)과 그의 광팬 애니 역의 길해연.연극 ‘미저리’의 한 장면. 베스트셀러 작가 폴 셸던 역의 김상중(오른쪽)과 그의 광팬 애니 역의 길해연.




연극 ‘미저리’에서 베스트 셀러 작가 폴 셸던 역을 맡은 김상중.연극 ‘미저리’에서 베스트 셀러 작가 폴 셸던 역을 맡은 김상중.


소설가에 대한 여성팬의 광기 어린 집착을 그려 국내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던 영화 ‘미저리’(1991년 개봉)가 연극으로 돌아왔다. 영화 개봉 이후 당시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스토킹이 주목받았고 ‘미저리’는 집착의 대명사가 됐다.


스토리는 간단하다. 폴 셸던(김상중 분)은 ‘미저리’라는 이름의 주인공을 내세워 대중 소설을 쓰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셸던은 시리즈의 완결판을 마치고 다른 작품을 쓰기 위해 산속의 한 마을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눈보라를 만난다. 눈길에 차가 미끄러져 사고를 당한다. 셸던의 ‘광팬’이자 간호사 출신인 애니 윌크스(길해연 분)는 그를 구한 뒤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가서 헌신적으로 돌본다. 정신이 돌아온 셸던은 매니저와 가족의 연락처를 주며 연락을 해달라고 하지만 애니는 이 모든 것을 저버린다. 그리고는 자신을 위한 소설을 쓰라고 강요하며 그를 방에 가두고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든 채 셸던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지배하려 한다. 애니에게서 탈출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던 셸던은 마침내 탈출에 성공하는가 하는 찰나에 생각지 못한 살인 사건이 벌어지며 숨 막히는 극단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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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미저리’의 한 장면. 베스트셀러 작가 폴 셸던 역의 안재욱(왼쪽)과 애니 역의 김성령.연극 ‘미저리’의 한 장면. 베스트셀러 작가 폴 셸던 역의 안재욱(왼쪽)과 애니 역의 김성령.


연극 ‘미저리’는 탄탄한 원작에 몰입도를 높이는 배우들의 연기, PD 출신 황인뢰 연출 특유의 섬세하고 디테일한 미장센이 돋보이는 무대가 더해져 올여름 가장 볼만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스티븐 킹의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이 작품은 긴박감 넘치는 시퀀스와 심리적 공포가 산속의 집 안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극대화된다. 무대라는 공간이 이를 표현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편견이다. 황인뢰 연출은 회전 무대를 활용해 방에서 부엌, 거실, 복도 등의 이동을 실감 나게 구현했다. 특히 셸던이 애니 몰래 탈출 작전 등을 꾸미며 휠체어를 타고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장면은 스릴러 영화를 보듯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또 김상중, 길해연, 고인배(경찰 버스터 역) 등 베테랑 배우들은 오싹한 공포와 스릴을 자아내는 한편 여유로운 코믹 연기로 음산한 스릴러 연극에 숨통을 트이게 한다. 특히 셸던과 애니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에서처럼 검지를 서로 맞대는 장면, 그리고 셸던이 출간 기념회를 여는 대목에서 김상중이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장면 등은 웃음을 자아내 박수갈채와 환호를 받았다.

‘미저리’는 이처럼 배우들의 열연, 탄탄한 스토리, 황인뢰 연출 특유의 아기자기한 미장센이 더해진 무대를 앞세워 매진 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김상중, 길해연, 고인배 외에도 안재욱, 김성령, 손정은이 더블 캐스팅 됐다. 오는 9월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사진제공=그룹에이트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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