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韓 송유관에 38% 관세 폭탄…트럼프, 보호무역주의 노골화

  작년比 관세율 2배 인상

농산물 이어 또 통상공세

미국이 한국산 송유관에 대한 관세를 2배 넘게 끌어올렸다. 미 행정부가 무역장벽을 높이 쌓고 자국산 철강재 사용을 유도하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기조를 더욱 거세게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을 세계무역기구(WTO) 개도국 지위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한국을 겨냥한 통상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관련기사 12면

3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한국산 송유관에 대한 반덤핑관세 연례재심에서 넥스틸 제품에 38.87%의 관세율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전년도 연례재심 때 매겼던 최대 관세율인 18.77%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세아제강(22.70%)을 제외한 현대제철 등 기타 철강업체에는 29.89%의 반덤핑관세가 책정됐다. 지난해 기타 철강업체에 부과된 관세인 16.58%보다 역시 배 가까이 올랐다. 상무부는 지난달 산정했던 관세율을 일부 수정해 이달 16일 이 같은 결과를 최종 통보했다.


송유관 등 강관류 제품은 원유와 셰일가스 채취에 사용하는 제품의 특성상 대부분 수요가 미국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수출물량의 35%가 미국으로 향했다. 같은 기간 송유관의 대미수출 규모는 3억5,000만달러에 달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연방정부 인프라 프로젝트에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미국산 철강 비중을 최대 95%까지 높이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철강업계에서는 한국 철강업체의 경우 정부 사업보다 민간사업에 참여하는 비중이 높아 피해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처럼 개별 품목의 관세장벽을 높일 경우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세종=김우보기자 박한신기자 ubo@sedaily.com

美, 또 자의적 잣대로 압박…중견 철강사 설자리 좁아져

정부 보조금·값싼 전기료 등

‘특별시장상황’ 걸고 넘어져


수출 1·2위업체 넥스틸·세아제강

관련기사



올해 관세율 38%·23%로 뛰


3115A12 대미수출송유관관세



미국 상무부가 한국산 송유관에 대한 반덤핑관세 2차 연례재심 최종판정에서 관세를 최대 2배 이상 높이기로 하면서 중견 철강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송유관 미국 수출 1위 업체인 넥스틸이 지난해 18%에서 올해 38%로 올랐고 2위 업체인 세아제강은 지난해 14.39%에서 올해 22.7%로 상승했다. 통상 1위와 2위 업체 관세율의 평균 수준을 적용하는 기타 업체 관세율도 지난해 16.58%에서 29.89%로 올랐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함께 갈수록 강해지는 미국의 철강 통상압박은 우리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저하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은 이번 판결에서 다시 한 번 ‘특별시장상황(PMS)’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PMS는 미국 상무부가 자의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근거가 되는 제도다. 반덤핑관세는 상대국과 수출국의 시장 가격 차이를 조사해 부과하는데 수출가격과 비교 기준이 되는 수출기업의 정상가격(normal value) 산정을 위해 업체가 제공한 원가 자료 중 보조금과 저렴한 전기요금 등 ‘특별시장상황’에 해당하는 부분을 상무부 재량으로 판단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결정에서 상무부는 정부 보조금을 받은 철강사의 중간재(열연)가 폭넓게 유통되는데다 값싼 중국산 철강재가 대거 유입돼 한국 철강 시장의 가격이 왜곡됐다고 봤다. 정부가 전기요금을 낮게 책정한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다. 앞서 지난해 우리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하며 강관제품에 2015~2017년 평균 수출량의 70%에 해당하는 쿼터를 설정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이달 14일 나온 2차 연례재심 최종판정 관세율은 이날 이후 미국으로 수출된 송유관 제품에 적용된다. 3차 연례재심 최종판정이 나오기 전까지 수출된 물량이 대상이다. 미국 상무부는 매년 각 품목에 대해 연례재심을 하고 예비판정과 최종판정을 내린다.

한국산 송유관은 미국에서 매년 3억~4억달러에 판매되는 품목이다. 유전에서 원유나 가스를 끌어올리는 데 쓰이는 만큼 미국 수출 비중이 높다. 지난해에는 약 3억5,000만달러 규모의 송유관이 미국으로 수출됐다. 송유관 생산이 포스코나 현대제철 등 대형사가 아닌 국내 중견 철강업체에 몰려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반덤핑관세 인상에 따른 피해가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세아제강의 경우 송유관 제품이 내수와 수출을 합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다. 전체 매출 대비 한 품목의 비중으로는 작지 않은 규모다. 대미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인 넥스틸의 경우 송유관 비중이 세아제강보다 더 큰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정부가 유정용 강관과 송유관 등 강관 제품에 반덤핑관세 등 보호무역 장벽을 세우면 그만큼 한국 중소형 철강업체들에 피해가 돌아가는 구조다. 매년 미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철강제품의 절반가량을 강관류 제품이 차지하는데 강관류는 주로 중소형 업체들에서 생산하기 때문이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 들어 미국 철강산업도 정체 국면을 맞고 있는데다 관세율까지 계속 올라가면서 미국 수출 철강 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번 송유관 반덤핑관세 인상으로 미국 정부가 고율 관세 기조를 바꿀 의향이 없다는 점이 확인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관세 소송을 다루는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은 올 초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매긴 고율 관세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기도 했지만 미국 상무부는 이를 따르지 않고 관세율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소형 업체들의 피해가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한신·김우보 기자 hspark@sedaily.com

김우보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