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동남권 민선 7기 1년] UNIST, 수업시간에 미로 결합 3차원 큐브 제품 탄생

양지현(왼쪽) 대표와 김관명 UNIST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교수가 큐브에 미로를 결합한 ‘메이즈 큐브’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제공=UNIST양지현(왼쪽) 대표와 김관명 UNIST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교수가 큐브에 미로를 결합한 ‘메이즈 큐브’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제공=UNIST



1974년 헝가리의 건축학 교수 에르뇌 루빅이 학생들에게 구조 기하학적 개념을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발명한 ‘루빅스 큐브’는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장난감 중의 하나다. 루빅스 큐브는 26개의 조각들을 이리저리 돌려 정육면체 각 면의 색을 동일하게 맞추는 퍼즐 게임이다.

루빅스 큐브가 스피드 게임에 치중하는 데 반해 아이디공간이 개발한 ‘메이즈 큐브’는 큐브에 미로를 결합해 3차원 경로를 구축하며 구슬을 탈출시키는 보다 고차원적인 퍼즐 게임이다. 즉 26개의 조각들을 돌려 맞추는 것은 같지만 색깔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블록 표면에 새겨진 미로의 경로를 완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맞춰진 경로를 따라 구슬을 이동시켜 탈출시키는 것이다. 메이즈 큐브의 묘미는 사용자가 직접 다양한 경로를 만들어가는 데 있다. 퍼즐을 푸는 성공 공식이 정해져 있는 루빅스 큐브와 다른 점이다. 게다가 여러 개의 구슬을 동시에 빼내기, 특정 색깔의 블록 지나지 않기 등 자신만의 게임 방식까지 고안할 수 있어 아이의 두뇌 개발과 집중력 향상에 효과적이다.

메이즈 큐브는 양지현 아이디공간 대표가 지난 2016년 울산과학기술원(UNIST)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재학 시절 수강했던 3차원(3D) 캐드(CAD) 수업의 기말 과제에서 탄생했다. 과제명은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를 3D 캐드로 직접 설계하라’였다. 양 대표는 “창의성 방법들을 적용하며, 3D 캐드로 여러 블록들을 실험해 보면서 3차원의 큐브와 미로가 결합되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수업을 이끌었던 김관명 UNIST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교수는 수강생 30명의 과제 중 단연 돋보이는 아이디어였다고 칭찬했다. 김 교수는 “아무리 창의성이 뛰어난 아이디어라도 실생활에 적용할 수 없으면 의미가 없다”면서 “메이즈 큐브는 창의적이면서 실제로 사람들에게 쓰일 수 있는 아이디어였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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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공간이 제작한 ‘메이즈 큐브’. 큐브에 미로를 결합해 3차원 경로를 구축하며 구슬을 탈출시키는 고차원적인 퍼즐 게임이다. /사진제공=UNIST아이디공간이 제작한 ‘메이즈 큐브’. 큐브에 미로를 결합해 3차원 경로를 구축하며 구슬을 탈출시키는 고차원적인 퍼즐 게임이다. /사진제공=UNIST


김 교수는 양 대표에게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국제 디자인 대회에 출품해볼 것을 권유했다. 그 결과 2017년 8월 미국의 스파크 디자인 어워드에서 금상을 수상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에는 세계 3대 디자인 대회 중 하나인 독일의 레드닷 어워드에서도 수상했다. 이와 동시에 양 대표는 김 교수의 지도를 받아 2017년 3월 특허 출원을 추진하고,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 주관으로 디자인 주도형 창업을 지원하는 디자인융합벤처창업학교에 지원하는 등 사업화 단계를 차근차근 밟았다.

이렇게 태생부터 남달랐던 메이즈 큐브는 양 대표가 참여한 2017년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의 졸업 전시회인 ‘UNIST 디자인 쇼’를 통해 드디어 일반에 첫선을 보였다. 양 대표는 “그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좋아할지 확신이 없었다”며 “여섯 살짜리 아이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메이즈 큐브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을 보고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즐거워하는 사용자의 모습을 직접 확인한 양 대표는 비로소 메이즈 큐브를 꼭 시장에 출시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후 약 1년간 구슬의 크기, 미로의 너비와 깊이, 투명창의 두께 등을 0.1㎜ 단위로 정교하게 시뮬레이션하며 설계를 수정했다. 퍼즐의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가운데 있던 구슬의 출입구 위치도 모서리로 옮겼다.

업그레이드된 메이즈 큐브는 지난해 11월에 열린 ‘디자인코리아 박람회’에서 200여 명의 관람객들에게 다시 한 번 평가를 받았고, 더욱 강력해진 재미로 그들을 사로잡았다. 올 1월 김 교수와 함께 아이디공간을 공동 설립한 양 대표는 본격적으로 양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까지 개발 과정의 90%를 완료했으니 큰 산은 넘었다. 양 대표는 “금형 제작과 양산화를 위한 생산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이를 위해 크라우드 펀딩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이즈 큐브는 빠르면 다음달 중으로 시장에 제품을 출시될 예정이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

장지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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