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노동운동도 바뀔 때 됐다"는 SK노조의 일침

SK이노베이션의 ‘2019년도 단체협상 조인식’ 사진을 보면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다. 이정묵 노조위원장의 조끼에 새겨진 단어가 일상적으로 봐온 투쟁이 아니라 소통이라는 점이다. 붉은 머리띠 두르고 불끈 쥔 주먹을 흔들며 투쟁을 다짐해야 노조인 줄 알았는데 서로 원하는 것을 대화로 해결하는 소통을 내세우다니 이유가 궁금해진다. 이에 대한 이 위원장의 대답은 간단하다. “시대가 바뀌면 노조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의 지적처럼 시대가 바뀐 지는 오래됐다. 권위주의 정권이 노동자의 정당한 요구를 억압하던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지나가고 지금은 노사 구별도 쉽지 않은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안에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새로운 노사 상생모델이 주목받는 이유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이번에 소모전 없이 3주일 만에 단협을 타결했다. 이런 협상이 가능해진 것은 노사의 인식전환이 있었기 때문이다. 노사는 상대방을 타도의 대상으로 보는 낡은 프레임을 버리고 서로의 행복과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쪽으로 단협 방향을 바꿨다. 노사가 합의한 단협 내용 중 특히 눈길이 가는 부분은 협력업체 복지 확대를 위해 구성원 기본급의 1%를 기부해 ‘협력업체 공동 근로복지기금’을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지금 사회의 비판을 받는 노조는 대부분 기득권은 내려놓지 않고 일한 것보다 더 받으려고 안달인 대기업 강성노조다. SK이노베이션 노조가 조직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보다 어려운 남들에게 시선을 돌린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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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지금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의 노조는 파업을 위한 절차를 속속 밟아나가고 있다. 이들은 그 어떤 업종, 어떤 회사보다 많은 임금을 받고 큰 기득권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도 조직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더 가져가기 위한 파업에 나서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이제 노동계도 회사의 장래를 함께 고민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노조의 바람직한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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