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가 마크 에스퍼 신임 장관의 8월 방한을 공식 발표하면서 대폭 인상된 방위비 분담금 청구서를 한국정부에 내미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동북아 외교·안보 정책의 초점이 중동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 구성과 방위비 분담금에 있는 만큼 한미는 두 사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주 방한 기간 한국의 외교·안보 당국자들과 연쇄 회동을 통해 방위비 분담금 인상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방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에스퍼 장관이 8월 2일 하와이와 호주, 뉴질랜드, 일본, 몽골, 한국 방문길에 나선다”고 밝혔다. 한국을 방문하는 구체적 날짜는 밝히지 않았으나 하와이부터 한국까지 순서대로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한 시점은 8월 10일 전후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방부는 “에스퍼 장관은 순방을 통해 주요 지도자들을 만나 방위관계를 재확인하고 고위 당국자들과 양자·다자회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스퍼 장관은 방한 기간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정경두 국방장관을 만나 양자회담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스퍼 장관 역시 지난 16일 인준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부유한 동맹들이 자국 내 미군 주둔과 자국 방어에 더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일관되게 언급해왔다”면서 “우리의 동맹들과 파트너들이 공동의 안보에 좀더 공평하게 기여하도록 압박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합의 유효기간인 올해 안에 미국이 현재 1조 389억원의 6배 규모인 50억 달러(한화 약 5조 9,000억원)를 요구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일갈등과 북미 비핵화 협상·통상 이슈 등 미국이 한국에 미치는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운 문재인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방위비 분담금 50억달러 설을 우리가 먼저 이슈화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이 먼저 기준선을 대폭 높인 액수를 공론화할 경우 협상에 유리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급격한 인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방위비 분담금이 한미 간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폭 인상된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미국의 압박 강도가 거세지고 있지만 정부는 이에 대처할 인선 작업도 시작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날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우리 측 대표와 관련 질의에 “전혀 말씀드릴 사항이 없다. 거론되는 사람도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