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30년 '참치장인' 수두룩..."세계 최고 품질의 비결이죠"

[장수 식품기업, 성공 DNA를 찾아서] <2>동원그룹

생산공정 대부분 수작업으로 진행

숙련인력 없이 고품질 담보 못해

오너부터 신입까지 생산체험 필수

1969년 원양어선 한척으로 시작

출시 36년만에 62억캔 판매 기염

美 최대업체 스타키스트 인수 등

공격적 M&A로 매출7조 기업 성장




‘국민 참치’로 불리는 동원(003580)참치 캔을 만드는 동원F&B(049770)의 경남 창원공장 사무동에 들어서면 커다란 세계지도 한 장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도 위에 적힌 ‘지도를 거꾸로 보면 한국인의 미래가 보인다’는 문구처럼 지도는 평소 우리가 보던 모습과는 반대로 걸려있다. 지금의 지도로 보면 한반도는 변방에 불과하지만 거꾸로 보면 태평양을 향해 힘껏 솟구쳐있다는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철학이 담겨 있는 지도다. 지도 위에는 태평양을 중심으로 전 세계 곳곳에 진출해있는 동원그룹의 해외 사업장들이 붉은 점들로 표시돼있다. 원양어선 한 척으로 시작해 태평양을 무대로 거친 파도와 싸워가며 연 매출 7조원이 넘는 거대 기업으로 우뚝 선 동원만의 진취적 사고와 도전정신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러한 창업정신을 토대로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움츠리지 않고 남들보다 한발 앞선 과감한 투자와 끊임없는 도전, 현장 중심 경영은 오늘날 동원그룹의 신화를 일궈낸 밑바탕이 되고 있다. 국내 최초의 참치캔 생산공장이자 동원그룹의 뿌리와 같은 창원공장에서도 성공의 토양을 발견할 수 있었다.


◇30년 ‘참치 장인’의 역사가 만든 신화…지구 13바퀴를 돌다=지난 19일 굵은 비를 뚫고 찾은 동원F&B 창원공장. 1986년 당시 아시아 최대 수산식품 종합가공공장이자 동원 최초의 자체 생산공장으로 처음 문을 연 이곳에서는 하루 200톤, 약 7만 1,500마리에 달하는 참치가 매일 같이 까다로운 제조공정을 거쳐 60만개의 참치 캔으로 만들어진다. 조치원 동원F&B 생산지원팀장은 창원공장을 “동원그룹의 뿌리이자 심장과도 같은 곳”이라면서 “세계 최대 참치 업체인 스타키스트 공장보다 생산성이 뛰어나다”고 자신 있게 소개했다. 김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을 이끌고 있는 김남정 부회장도 입사 초 두 달 간 이곳에서 현장경험을 익혔고, 그룹 신입사원들도 의무적으로 작업 체험 등을 거쳐야 할 정도로 창원공장은 참치 신화를 일군 동원그룹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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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에서 잡힌 참치가 냉동돼 마산항을 통해 창원공장으로 들어오면 매일 자정마다 해동한 뒤 배를 갈라 내장을 떼어내고 크기별로 잘게 나누는 전처리공정을 거치게 된다. 이후 거대한 스팀기에 넣고 쪄서 익히는 자숙과정을 거친 참치는 등뼈와 잔가시, 붉은 살 등을 제거하고 순살만 발라내는 1·2차 클리닝 작업단계로 넘어간다. 6개 라인에서 180여명의 인력이 동시에 투입되는 클리닝 작업은 참치 캔 제조공정의 ‘백미’로 꼽힌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클리닝 공정의 특성상 무엇보다 작업자들의 숙련도가 가장 중요하다. 때문에 이곳에는 창원공장 초기부터 30년 넘게 함께 일해온 근로자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조 팀장은 “노동집약적 산업이라 숙련된 인력을 확보하는 게 어렵다”며 “후발업체나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오기 힘든 이유”라고 강조했다. 바쁜 손놀림을 거쳐 발라진 순살 참치는 충진과 주액, 밀봉, 멸균, 금속검출기, 포장 등을 통해 비로소 참치 캔으로 완성된다. 동원참치는 1982년 첫 출시 이후 6년 만인 1988년 1억캔 판매 돌파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지구 13바퀴에 달하는 총 62억캔 넘게 팔려나가며 ‘국민 참치’의 반열에 올랐다.

◇“경영은 끊임없는 운동 경기와 같다”=동원그룹은 지난 50년이 ‘도전의 역사’라고 할 정도로 끊임없는 도전을 시도해왔다. 30대 중반 젊은 나이에 동원산업(006040)을 설립한 김재철 명예회장은 지불보증 없이 현물차관으로 원양어선을 들여온 뒤 1973년과 1979년 오일쇼크 당시 오히려 공격적인 투자로 기회를 만들며 국내 최대 수산업체로 키워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진 2008년에도 동원은 또 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미국 최대 참치업체 스타키스트를 3억6,000만 달러에 인수하는 초대형 인수합병(M&A)를 성사시키며 식품업계의 새 역사를 썼다. 이후에도 아프리카 세네갈의 ‘S.C.A SA’와 베트남의 ‘TTP’ 등 해외기업을 잇따라 사들인 동원은 국내에서도 2012년 대한은박지와 2016년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하며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전격 퇴진한 김 명예회장은 마지막 퇴임사에서도 “기업경영은 운동경기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받고, 또 그것을 이겨내야 한다”며 끝없는 도전정신을 당부했다.
/창원=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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