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보험수수료에 칼 뺀 당국...'고아계약' 줄어들까

모집수수료 첫해 1,200%로 제한

2년차에 수수료 늘어날 우려도

금융당국이 계약 첫해 설계사에게 돌아가는 수수료를 월 보험료의 1,200%로 제한하는 등 보험업계의 과다한 사업비·수수료 지출에 칼을 댔다. 이는 보험료를 인하하면서도 불완전판매와 가짜계약·고아계약 등 보험업계의 오랜 고질병을 개선한다는 취지다. 다만 보험업계에서는 “수수료 대신 시책을 늘리는 등 빠져나갈 방법도 많아 효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험 사업비·모집수수료 개선안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우선 보험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첫해 모집수수료를 월 보험료의 1,200%로 제한하기로 했다. 10만원짜리 보험을 판매할 때 받을 수 있는 최대 수수료를 120만원으로 정한 것이다. 이 같은 조치는 최근 수년간 손해보험사와 독립보험대리점(GA)들을 중심으로 경쟁이 격화돼 수수료율이 2,000~2,300%까지 치솟으면서 ‘가짜계약’이 양산됐기 때문이다. 수수료가 1년치 보험료보다 많다 보니 설계사가 타인의 이름으로 보험 계약을 맺고 사비로 1년간 보험료를 납부한 후 해약해도 ‘남는 장사’였던 것이다.


첫해에 모집수수료를 80~90%까지 몰아주던 관행은 ‘분할지급제도’로 개선하기로 했다. 고액의 수수료를 첫해에 몰아받은 후 2년 차부터는 보험 유지·관리를 소홀히 하는 ‘고아계약’을 방지한다는 취지다. 설계사는 기존대로 첫해에 선지급 방식으로 수수료를 받을 수도 있지만, 분할지급을 택하면 선지급보다 5% 이상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총 1,000만원의 수수료를 선지급으로 받으면 1년 차에 900만원, 2년 차에 100만원(총 1,000만원)을, 분할지급 받으면 1년 차 600만원, 2년 차 450만원(총 1,050만원)이 되는 식이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수수료 지급 방식 개선안을 오는 2021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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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성 보험의 불합리한 사업비 체계는 내년 4월부터 개선된다. 보장성보험 보험료 중 저축 성격 부분의 사업비와 해약공제액은 현행의 70% 수준에 한해 저축성보험 수준으로 인하된다. 보장성보험의 환급금 지급을 위한 적립보험료는 저축의 성격인데도 보장성 사업비를 부가해 보험료 인상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는 “이를 통해 보험료는 2∼3% 줄고, 환급률(2차연도)은 5∼15%포인트 개선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밖에 치매보험 등 고령자 보장상품의 사업비와 해약공제액도 현행의 70% 수준으로 낮춘다. 이 경우에도 보험료는 3%가량, 환급률도 5∼15%포인트 인하될 것으로 전망된다. 1년·3년 등 일정 주기로 보험료를 변경해 보장기간이 자동으로 연장되는 갱신·재가입 보험상품은 사업비를 최초 계약의 70% 수준으로 줄여 보험료를 3%까지 줄일 수 있게 됐다. 또 일부 GA에서 한도를 초과하는 사업비를 적용하는 사례가 급증한다는 점에서 사업비가 과도하게 책정된 보험상품에 대해 해당 사업비를 공시하게 했다. 이를 통해 보험료가 2∼4% 인하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다소 회의적인 의견도 제기된다. 불합리한 영업 관행을 개선한다는 취지는 환영하지만 여전히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는 지적이다. 한 손보사 관계사는 “분할지급을 적용해 계약 1년 차의 수수료를 제한하더라도 2년 차 수수료 지급이 늘어나는 ‘풍선효과’의 가능성이 있고, 수수료뿐만 아니라 시책을 활용해 보험 판매를 독려하는 GA들을 제어할 방법도 마땅치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유주희·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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