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로터리]‘작은 가축’ 곤충의 시대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시골에서 태어난 필자는 어린 시절 산과 들에서 뛰놀며 자랐다. 여름날이면 장수풍뎅이나 사슴벌레를 잡아 서로 힘겨루기를 시켜 상대편을 뒤집어 넘어뜨리면 짜릿한 승리의 쾌감을 느끼곤 했다. 까만 밤에 만나는 반딧불이의 작고 푸른 불빛은 언제나 신비롭고 낭만적이었다. 지금처럼 게임이나 장난감이 풍부하지 않던 그 시절, 곤충은 훌륭한 놀잇감이자 호기심의 대상이었고 또 좋은 친구였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동물은 약 180만종 그중 곤충은 약 130만종에 이른다. 곤충은 우리가 생활하는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생물이다. 그래서 친근감이 있지만 혹자는 곤충을 무서워하거나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하찮다고 생각하기에는 곤충의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곤충 산업은 성장 가능성이 높고 장점도 많다. 곤충 산업은 기능성 소재, 생체모방 기술 등 생명공학기술이나 곤충을 주제로 하는 체험관광, 문화콘텐츠 등 새로운 용도 개발에 따라 무한한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지식산업이다. 또 사료 소비가 적고 사육과정에서 온실가스나 암모니아 배출이 현저히 적으며 농약 대신 해충을 제거하는 천적 곤충과 식물의 꽃가루를 매개해주는 곤충을 활용해 농약 사용도 줄일 수 있는 자연 친화적인 산업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13년 ‘식용 곤충에 관한 보고서’에서 곤충을 ‘작은 가축’으로 발표하며 미래 식량난을 해결할 대안으로 지목했다. 20㎡(약 6평) 정도의 면적에서 곤충을 키우면 소 한 마리에서 얻을 수 있는 수준의 단백질이 나온다니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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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2010년 ‘곤충 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산업 육성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지난달에는 갈색 거저리, 흰점박이꽃무지 등 곤충 14종을 ‘축산법’상 가축의 범위에 포함했다. 이로써 곤충사육 농가도 축산 농가나 시설에 적용되는 세제 감면이나 용지전용 등 제도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최근 식용 곤충인 갈색 거저리의 풍부한 단백질이 수술 후 암 환자들의 면역성을 높여 회복을 빠르게 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환자식은 물론 의약 소재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수산 양식업에서도 곤충을 이용한 사료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반려동물 간식시장이 커지면서 사료 곤충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지난 6월 네덜란드에서는 곤충으로 사료를 만드는 공장 개소식에 국왕이 참석할 만큼 높은 관심을 보였다. 네덜란드 정부는 자연 순환농업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제 ‘작은 가축’, 곤충의 시대가 열렸다. 앞으로 대한민국 축산업에 유용 곤충의 가능성을 더해 국산 소재와 기술로 키우고 만들어 낸 곤충 제품이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시장으로까지 활발하게 뻗어 나가길 바란다.

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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