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일본 수출규제 대응과 총선 전략을 연계한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한 데 따른 파문이 커지고 있다. 야권의 총공세에 민주당은 ‘부적절성’을 인정하면서도 양정철 원장 해임 등의 요구는 지나치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서훈 국정원장과의 비공개 회동으로 당이 곤욕을 치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같은 논란이 또다시 벌어지며 당내에서 양 원장의 광폭 행보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은 모양새다.
자유한국당은 1일 민주당이 국가적 위기를 총선 전략에 활용하고 야당을 ‘친일 프레임’에 가뒀다고 공세를 펼쳤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업들은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데 정권은 총선 표 계산만 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며 “우리 당에 악착같이 친일 프레임을 씌우고 반일 감정을 선동해온 정권의 의도가 백일하에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민주연구원이 아니라 민중선동연구원인가”라며 “문재인 정권이 친일 프레임에 집착했던 이유는 총선 승리 전략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규정했다.
일각에서는 민주연구원이 보고서에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비공개 설문조사를 인용했는데 이 자료가 KSOI 측에서 확인되지 않은 경로로 유출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조사기관과 소통의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며 “만일 유출된 것이라면 그것은 KSOI의 문제”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대외적으로 ‘부적절하지만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며 양 원장을 감싸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비판론도 적지 않다. 그간 양 원장이 주요국 싱크탱크들과의 정책 협약을 이어온 데 이어 국내 경제 싱크탱크까지 접촉면을 넓히면서 광폭 행보에 대한 옹호론과 비판론이 교차하기도 했던 게 사실이다. 한 중진 의원은 “역대 민주연구원장과 비교해보면 다소 튀는 행보를 하고 있기는 하다”며 “자신에 대한 주목도가 높은 만큼 말을 조심할 필요가 있는데 신중하지 못하다는 여론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 초선 의원은 “정책연구원들과의 협약식 체결은 당 차원에서 꽤 오래전부터 필요성이 제기됐던 사안”이라며 “정책 연구 조직과의 네트워킹을 확장하는 등 창의적으로 잘해나가고 있다고 본다”고 옹호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도 “야권이 양 원장에 대한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그만큼 총선에서 골수 지지층을 끌어모을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