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을 위해 중국으로 몰려가고 있다. 13억명에 달하는 방대한 인구 데이터를 보유한데다 당국의 규제 완화와 심사 편의 제고 등 우호적 여건까지 갖춘 중국이 글로벌 제약사들의 연구개발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프랑스 제약그룹 사노피는 최근 중국 쓰촨성 청두에 아시아 최초의 연구개발 거점을 마련했다. 사노피는 중국에서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당뇨병과 자가면역 질환 등을 폭넓게 연구할 계획이다.
미국 화이자도 지난 5월 상하이에 글로벌총괄본부를 설립했다. 환자별 반응 성향과 부작용 등에 관한 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한 행보다. 일본 시오노기제약의 경우 일본이나 미국·유럽보다 먼저 중국에서 신약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결핵치료약의 안전성 등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중국이 글로벌 제약사들의 연구개발 거점으로 각광 받는 것은 우선 13억명에 이르는 인구대국다운 풍부한 데이터 기반 때문이다. 난치병이나 아시아에서 발병이 잦은 질환용 치료약을 연구하기에 좋다는 것이다. 개발한 의약품을 다른 아시아 국가로 수출하기도 용이하다. 여기에 의약품이 미중 무역전쟁에서 비켜나 있다는 점도 제약사들의 중국 이동을 가속하는 요인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고 있지만, 중국이 수입하는 미국 의약품은 보복관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가 신약개발에 유리한 환경 조성에 발 벗고 나서 외국 기업들을 유치하고 있다. 중국은 2017년 일본·미국·유럽의 품질관리 기준을 정하는 국제조직에 가입해 신약 품질관리와 특허권을 보호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해외 임상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심사인력을 확충해 판매승인까지의 기간을 1~2년 단축했다.
이에 따라 중국 의약품시장도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IQVIA의 연구 결과 지난해 중국 의약품시장은 1,370억달러(약 162조7,100억원) 규모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IQVIA는 중국 시장 규모가 오는 2023년 1,700억달러(약 201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