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사태 등 연이은 악재에 신음하던 K바이오가 다음달부터 K바이오의 성패를 가늠할 성과를 잇따라 내놓는다. 분위기 반전을 가늠할 임상 결과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신라젠과 헬릭스미스, 메지온 등이 이달부터 글로벌 임상 3상 중인 파이프라인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세 기업은 그동안 이른바 ‘바이오 열풍’을 주도해 온 기업인 만큼 이들 기업의 성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항암제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는 신라젠은 이달 중순 쯤 무용성 평가 결과를 공개한다. 무용성평가는 치료제로 가치가 있는지를 입증하는 임상 3상 과정 중 하나다. 신라젠 측은 “펙사벡의 안전성, 종양 반응률 등을 검사해 상업화 가능성을 무용성 평가를 통해 확인할 것”이라며 “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한 중간 분석 결과는 내년 중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헬릭스미스(옛 바이로메드)는 9월 말 당뇨병성신경병증 치료제 ‘VM202’의 글로벌 임상 3상 탑라인 결과를 발표한다. 탑라인은 임상 초기 결과에 따른 중간발표 성격이다. VM202의 임상 3상 등록 환자 수는 500명에 육박하는데다 헬릭스미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최근 신약허가를 위한 일정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며 주목을 받고 있다. 헬릭스미스는 최근 임상 3상 및 허가 신청을 위한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1,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메지온은 지난달 23일 선천성심장질환 치료제 ‘유데나필’의 미국 임상 3상의 데이터 확인 및 취합을 확정하는 ‘데이터 룩업’을 마무리했다고 공시했다. 이후 발표될 탑라인 발표는 이달 초 예정됐지만 메지온 측이 미국국립보건원(NIH)와의 계약에 따라 NIH 측에서 먼저 학회 및 학술지에 발표해야 해 그 내용을 미리 공개할 수 없다며 설명해 늦춰지고 있다. 메지온 측은 늦어도 올해 내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 3개사는 현재 상용화한 제품이 전무하지만 글로벌 임상 3상에 따른 기대감으로 차세대 K바이오의 대표주자로 꼽히고 있다. 이들 3개사의 주가수익비율이 전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지만, 신라젠의 시가총액은 코스닥 3위, 헬릭스미스의 시가총액은 코스닥 4위, 메지온의 시가총액은 코스닥 21위다.
높은 시가총액의 배경에 대형 제약사도 쉽사리 도전하지 못했던 글로벌 임상 3상이 있는 만큼 이들 회사의 임상 3상 결과에 바이오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약으로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온다면 최근 잇단 악재로 침체된 바이오업계의 분위기를 한방에 날려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주목할 만한 결과를 내놓지 못하면 K바이오의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 K바이오의 옥석이 제대로 가려질 것”이라며 “이들 3개 사는 사실상 K바이오를 이끌었던 주역이었던 만큼 이들의 결과에 대해 모든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첨단바이오법이 통과 직전인 만큼 이들 3개 사의 결과가 좋으면 K바이오에 날개를 달 수 있는 반면, 첫 단계인 품목허가에서부터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면 인보사 사태로 역풍을 맞은 K바이오에 치명타를 날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