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위기 넘어라” 기업이 뛴다] 新성장동력 찾아 재무장...전화위복 기회로 만든다

["위기 넘어라" 기업이 뛴다]

미중무역전쟁·日 수출규제 대외악재 이어

최저임금·근로단축 등 국내환경도 먹구름

기업들 비상경영 체제 속속 돌입 총력 대응

AI·미래자동차·IoT 등 새 먹거리 적극 발굴

4차혁명 맞춰 체질 개선·경쟁력 업그레이드




현재 국내 기업들이 처한 상황은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안팎으로 좀처럼 우호적인 경영 환경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먼저 대외적으로는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글로벌 무역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일본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라는 메가톤급 악재까지 더해졌다. 일본의 수출 규제는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분야를 정조준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상당하다. 반도체 수출의 부진 속에 우리나라 전체 수출도 8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은 전자와 자동차는 물론 철강, 화학, 조선 등 전 산업 분야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반면 업종을 가리지 않는 공급 과잉 현상은 쉽사리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우리 기업들이 선진국 기업에 기술과 품질에서 뒤지고 신흥국 기업엔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는 ‘넛 크래커’ 신세도 여전하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이미 인공지능(AI)·자율주행차 등 신산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보다 월등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최저임금은 지난 2년간 29%나 뛰면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정부가 경직된 주 52시간 근무제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인력 운영에도 비상이 걸렸다. 화학물질관리법, 화학물질등록평가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기업 활동을 옥죄는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다. 그 와중에 자동차 업계 등 강성 노조는 본격적인 임금단체협상 기간을 맞아 파업에 돌입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대외 여건이 그 어느 때보다 나빠진데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국내 투자 환경도 좋지 않아 한시도 긴장감을 늦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팎으로 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국내 기업들은 과거에도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업체들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재도약한 경험이 있다.


주요 기업들은 속속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며 위기 극복을 위한 총력 대응에 나선 상태다. 특히 발등의 불이 된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온힘을 쏟고 있다.

관련기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수립을 주문하면서 “단기 현안 대처에만 급급하지 말고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의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특히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하는 한편 흔들리지 않고 시장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자”고 강조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달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장기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는 단기 리스크 해결은 무의미하다”며 “이번에는 기업이 근본적인 장기 대책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기업들로서는 공급선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됐다”며 “기업들이 최선을 다해 대처하려면 정부와 국회가 전폭적으로 도와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는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해법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기업들은 기존 주력 산업의 침체에 대한 해결책으로 4차 산업혁명을 활용한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관련 미래 먹거리로 주목하는 분야는 시스템 반도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미래자동차, 바이오 등이다. 주요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기업 체질을 과감하게 개선하는 한편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5월 칼라일그룹과의 단독대담에서 “앞으로 밀레니얼 세대는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의 공유를 희망하고 있다”며 “우리는 비즈니스를 서비스 부문으로 전환해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 업체에서 벗어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업체로 전환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올해 주주총회 인사말을 통해 “4차 산업혁명으로 기술 융복합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산업간 경계부터 기업 경쟁구도까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시점에 시장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시장을 선도하고 영속하는 LG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은 “아직 우리 주력 기업들의 4차 산업혁명 진출이 미흡한 수준인 만큼 기업들의 노력은 물론 혁신성장을 위한 정부의 규제 완화와 정책적 지원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이재용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