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경기 위축에 부실 더 커져"…은행권, 일제히 긴급대응

[日, 화이트리스트서 韓 제외…시작된 경제전쟁]

유동성 위기 기업에 자금공급 등

금융 리스크 전이 가능성 차단

가계대출 부실 모니터링 강화도

일본이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한 직후 금융권도 일제히 리스크 관리에 돌입했다. 우선 갑작스러운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될 피해기업들에 추가 자금공급 및 자금상환 유예 등의 지원을 통해 금융 리스크 전이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지만 일본의 보복조치가 확대될 경우 기업은 물론 경기 위축의 직격탄을 맞는 개인사업자 및 개인대출로까지 여신 부실화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사실을 공표하면서 시중은행들은 일제히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예상 피해기업과 업종에 대한 신규 자금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각 은행이 마련한 금융지원 대책은 당국과의 협의를 거쳐 이르면 이번주 공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전반에 감도는 더 큰 우려는 연쇄부실 가능성이다. 선제적인 부실 관리와 금리 인하 효과가 더해지면서 대다수 시중은행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보다 소폭 오른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경기 위축이 장기화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 금융사 리스크총괄 임원은 “일본계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다만 긴장관계가 장기화할수록 실물경제가 위축되고 경제성장률과 소득·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쳐 기업은 물론 가계대출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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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 피해 규모나 파급효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점도 금융권의 우려를 키운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은 “미중 무역전쟁이라면 관세 인상에 따라 어떤 수출 피해가 이어질 수 있는지 수치를 가늠하거나 피해산업을 예상할 수 있지만 일본의 수출규제는 기업에 미치는 영향 자체를 분석하기 어렵다”며 “결국 금융권이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이라고는 ‘소나기가 올 때 우산을 빌려주는 것, 그리고 너무 빨리 우산을 빼앗지 않는 것’뿐”이라고 토로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3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신용보증기금 등 금융공기업 기관장과 시중은행장 등을 소집해 일본의 2차 보복조치와 관련한 범금융권 대책회의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거론되는 지원 대책은 기존에 운영 중이던 지원 프로그램의 대상을 일본 수출규제 피해기업으로 확대하는 수준이다. 현재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이 운영 중인 13조5,000억원 규모의 ‘산업구조고도화’ 지원 프로그램, 경제활력 제고 특별운영자금 프로그램, 중소기업 시설투자자금 온렌딩 등을 활용해 피해기업에 긴급 자금조달과 금리 우대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 7월 이후 운영해온 일본 수출규제 관련 금융 부문 점검 태스크포스(TF)를 통한 금융시장 안정 방안 마련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본 수출규제로 금융권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은 작지만 소재·부품 관련 피해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현재 운영 중인 프로그램들을 통해 피해 예상 기업에 자금이 잘 흘러갈 수 있게 긴급 유동성 공급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서는 화이트리스트 제외 관련 피해기업을 대상으로 긴급 유동성 공급이나 만기연장 및 분할상환 유예, 금리 우대 등의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신한은행 등 일부 은행은 피해기업뿐만 아니라 소재·부품 기업 전반의 자금공급을 위해 우대금리 혜택을 주는 대출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날까지 하계휴가를 냈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발표 하루 전인 1일 업무에 복귀해 상황 점검에 나섰다. 윤 원장은 이날 금감원 임원들과 함께 긴급 상황점검 회의를 열고 일본의 2차 보복으로 인한 금융권 영향과 대응책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은영·김기혁·이지윤기자 supia927@sedaily.com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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