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토요워치] 9色 매력에…'9급 공무원' 구직행렬

■'160만원의 소확행'…9급 공무원 꿈꾸는 청춘

적은 시험과목수…더많은 선발인원…정시 출퇴근

공정한 채용방식…정년보장…고용불안 해소

자유로운 휴가사용…직원간 양극화 완화…국가헌신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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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승진제도 있지만 문좁아 대부분 ‘안정’ 추구


민원인 갑질·생각보다 낮은 급여에 고되지만

안정적 직장서 ‘워라밸’ 실현 가능성 높아 인기



‘공부 잘하는 고교생은 의과대학으로 몰리고, 공부 잘하는 대학생은 공무원으로 몰린다’라는 말이 있다. 공시생이 50만명에 달하는 요즘 사회현상을 대변해주는 신조어 가운데 하나다.

본격적인 취업난이 시작된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불기 시작한 공무원 시험 열풍은 더욱 거세지고 있고, 특히 9급 공무원 시험에 지원자가 집중적으로 몰리고 있다. 이 때문에 9급 공무원 시험은 ‘바늘구멍’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다.

2일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9급 국가공무원 선발 시험의 경쟁률은 최고 64대1, 9급 지방공무원 역시 16개 시도는 최고 21대1, 서울시는 최고 90대1을 보였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공시생)들이 특히 9급으로 몰리는 것은 우선 시험과목이 7급과 5급에 비해 적고 안정적인 직장에서 워라밸을 실현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손태규 단국대 사회과학대학 교수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일과 개인생활의 양립에 대한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높다”며 “공무원은 정년이 보장되는데다 요즘 공직사회 분위기가 정시 출퇴근을 중시하고 있어 취업준비생들에게 공무원이 인기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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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은 신규채용 인원을 해마다 줄이고 있고 중소기업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낮은 급여 때문에 고졸 출신은 물론 명문대생들까지 9급 공무원 시험에 몰리고 있다고 공시생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게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힌다. 이에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공무원의 장점은 안 잘린다는 것인데 단점은 나 괴롭히는 상사도 안 잘린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민간기업에 비해 공정한 채용방식도 취준생들이 몰리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공무원 공채 시험은 그 어떤 입김도 작용할 수 없는 오직 실력으로만 선발되는 구조다. 또 민간기업은 비정규직 문제 등으로 직원 간 간극이 심한 반면 공무원사회는 양극화가 덜 하다는 점도 공시생을 늘리는 요인이다.

이 같은 장점들 때문에 9급 공무원들도 만족감을 느낀다. 9급인 김용근(31) 행안부 산업교통재난대응과 주무관은 “공무원이 되니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보람과 뿌듯함을 얻을 수 있다”며 “공시생 시절 생각했던 것보다 업무 강도는 높지만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공무원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9급인 류권우(38) 세종시 조치원읍 주무관은 “공무원이 된 후 주변에서 나를 인정해주는 모습에 자존감이 높아졌다”며 “시민들과 국민들에게 떳떳한 공무원이 되고 또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공시생뿐 아니라 일반 대학생에게도 공무원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7월 한 달 동안 서울 서대문구청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김다현(연세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씨는 “공무원이 하는 일이 생각보다 너무 많아 놀라웠다”며 “그러나 공무원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적다는 점이 부럽다”고 말했다.

인사처는 양질의 인력들이 공무원에, 특히 9급으로 몰리자 실력 있는 공무원이 빨리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승진 패스트트랙’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인사처 관계자는 “직위공모·공개경쟁 승진 등을 통해 능력 있는 공무원을 빨리 승진시키는 패스트트랙을 도입할 예정”이라며 “이는 공무원들의 능력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모든 9급 공무원이 워라밸을 실현하면서 정시 출퇴근을 하지는 않는다. 업무에 따라 야근이 잦은 경우도 있고 주말마다 출근해야 하는 업무 분야도 있다. 이에 “공무원이 되기 전에는 이런 일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부처의 한 9급 공무원은 “공무원의 업무 강도가 무척 높은데 많은 시민들이 공무원은 편한 직업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으며 경기도의 한 9급 공무원은 “민원인의 ‘갑질’과 생각보다 낮은 급여 등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양향자 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은 공시생과 현직 공무원들에게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공무원 시험에만 몰리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높은 경쟁률을 뚫고 공무원이 된 후 안주하지 말고 자신만의 필살기를 갈고닦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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