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보복조치는 국내외 반대여론에도 정치·외교 문제를 통상갈등으로 키워 자유무역정신을 저해한 것으로 규탄받아 마땅하다. 양국이 지난 60년간 쌓아온 긴밀한 협력관계를 무너뜨리고 글로벌 밸류체인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일본이 진정 오랜 우호관계를 인식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라면 무리한 규제조치를 한시라도 빨리 철회하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일본발 충격을 최소화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은 우리 정부의 대응이다. 청와대는 이날 긴급 국무회의를 열어 단호한 대응을 선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규제는 명백한 경제보복”이라며 “대응조치를 단호하게 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부처도 대책 회의를 열어 수출상품 다변화 등에 나서겠다고 했다. 하지만 당장 기업의 생산 차질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폐기는 국가안보를 거래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한미동맹과 직결되는 것인데다 대북정보 수집에 구멍이 뚫릴 수 있어 실익은커녕 역효과를 낼 우려가 크다.
한국과 일본의 긴밀한 협력은 동북아 안보는 물론 세계 경제질서를 지킨다는 측면에서 어느 때보다 중요한 사안이다. 양국 통상갈등은 북핵 해법을 꼬이게 만들고 동북아 안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정부의 냉정하고 치밀한 대응을 주문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무엇보다 강대강 대립으로 양국 간 갈등구조가 확대 재생산되는 일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이달 말까지 미국의 중재와 외교적 협상을 통해 현실적인 해법을 찾는 노력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부품 소재 국산화를 서두르고 국내 생산설비도 확충하는 등 밸류체인을 전면 재구축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자면 주 52시간 근로처럼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기업 투자를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등 현장의 애로사항을 정책에 적극 반영해야 할 것이다.
미증유의 위기에서 중요한 것은 국익이다. 정부가 진정성을 갖고 대응한다면 국민들도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모두의 비상한 각오가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