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협상 시간끌기' 나선 中압박 극대화..."단계적 25% 인상" 경고도

■ 美, 9월부터 中제품 추가 관세

트럼프 "우리와 거래 안해도 좋다"

中은 "올바른 해결책 아냐" 반발

무역전쟁 확전 우려에 시장 요동

9월 인도분 WTI 7.9% 떨어져

"美 경제도 심각한 타격 불가피

연준, 금리 추가인하를" 지적도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겨냥해 “그들(중국)은 아마 우리 대통령선거를 기다릴 것”이라며 “기다리기의 문제점은 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그들이 얻는 합의가 현재 협상 때보다 훨씬 더 가혹하거나 아예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시간끌기식 협상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은 이틀 만에 추가 관세보복으로 현실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트윗으로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0% 추가 관세를 예고한 뒤 기자들과 만나 “시진핑 국가주석이 타결에 충분할 정도로 빨리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미국은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우리와 더 이상 거래하고 싶어하지 않아도 좋다”고 덧붙였다. 다음달 초 미 워싱턴DC에서 재개될 미중 무역회담을 앞두고 중국 측을 최대한 압박해 내년 대선 전, 최대한 이른 시점에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경제보좌관은 물론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 그의 참모 대부분은 이번 관세 인상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강경태세를 보이며 관세 부과를 고집했다. 여기에 대중국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힘을 보탰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관세부과를 사전에 통지하자는 주위의 조언도 무시했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미국의 추가 관세부과 방침에 “추가 관세는 경제무역 마찰을 해결하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의 후시진 편집장은 2일 트위터에서 “중국인은 더 이상 무역전쟁 규모를 통제하는 것을 우선하지 않을 것”이라며 “새로운 관세는 미국이 원하는 협상 타결을 멀어지게 할 뿐”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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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의 확전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등 3대 주가지수가 일제히 하락했고, 특히 무역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국제유가가 폭락했다.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9%(4.63달러) 떨어진 53.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9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6.29%(4.09달러) 하락한 60.96달러에 거래됐다. 아서 호건 내셔널증권 수석시장전략가는 “(관세는) 시장에 좋지 않은 소식”이라며 “아직 시장 반응의 첫 단계만 본 것”이라고 추가 하락 가능성을 우려했다.

대중(對中) 추가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미국 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로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지적도 벌써부터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정부가 지난 5월 발표한 3,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관세 부과 초안에는 장난감, 신발·의류와 함께 아이폰 같은 애플의 주력제품과 공산품이 대거 포함돼 있다”며 추가 관세가 미 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했다. 미 소비자기술협회(CTA)에 따르면 이번 관세는 중국에서 들어오는 약 450억달러 규모의 스마트폰, 390억달러 상당의 노트북과 태블릿, 55억달러어치의 비디오게임기 가격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콘 전 연준 부의장은 이날 미 경제방송 CNBC에 출연해 “미중 무역전쟁이 지속될 경우 연준이 추가로 금리를 인하해야 할 수 있다”며 “금리 인하가 미국 경제에 완충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단 협상전개 양상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적용 시점을 협상이 재개되는 다음달로 맞춘데다 당초 예고했던 25% 대신 10%로 관세율을 낮췄기 때문이다. WSJ는 “트럼프 정부는 소비자와 기업의 우려를 줄이기 위해 10% 관세 부과로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중국이 끝까지 양보하지 않을 경우 관세를 추가로 올릴 수 있다는 여지도 준다”고 해석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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