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형철의 철학경영] 뼛속 마지막 숨까지 다 내뱉어라

전 연세대 교수

<104>숨을 크게 들이쉬려면

사진 지워봐야 잘 찍을수 있고

글은 고쳐봐야 잘 쓸수 있듯이

숨 내뱉어야 크게 들이켜기 가능

욕망을 비워내야 채워지는 법




얼마 전 특강을 나갔을 때 일이다. 보통 때처럼 ‘변화와 혁신의 철학’을 주제로 성공리에 강의를 끝냈다. 그런데 한 최고경영자(CEO)가 다가오더니 “교수님 5분만 시간 내 주실 수 있습니까. 긴히 의논 드릴 일이 있어서요.” “네 물론이죠.” 그때부터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자기가 이사장에게 “이번 사내 정보시스템 개편은 이러 이런 식으로 진행해야 합니다”고 설명을 하면 “잘 알았습니다. 그러면 그렇게 진행하시죠.”라고 한단다. 그래서 일을 그렇게 진행하다 보면 다른 소리가 자꾸 들려온단다. 이사장의 뜻은 그것이 아니라고 부하들이 말한다는 거다. 그래서 다시 이사장에게 확인해보면 “글쎄. 좀 더 생각해본 다음에 다시 말해주겠소.”라고 말한다. 매사가 이렇단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이사장을 또 만나 마지막 담판을 지어야 한다면서 결국 45분 동안이나 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는 대화 내내 숨을 몰아쉬고 식은땀을 흘리곤 했다. 비전문가인 내가 봐도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상사의 의사결정 장애가 부하들에게 얼마나 큰 스트레스인지 실감했다. “결국 마음을 진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단 명상을 좀 해보시라”고 조언했다. 명상의 목적은 잡생각을 다 없애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잡생각을 없애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그 생각이 나는 게 우리 인간이다. 이것은 간단하게 증명할 수 있다. “푸른 코끼리를 절대 생각하지 마시오”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물론 그 말을 듣는 순간부터 온통 머릿속에는 푸른 코끼리 생각밖에 없다.


명상은 아무 생각 없이 호흡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그냥 저절로 생각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숨을 들이켜면서 마음속으로 ‘들숨’ 하고 말하고 내쉬면서 ‘날숨’ 하고 말해보라. ‘들숨·날숨’을 속으로 말하면서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여러 잡생각을 없애는 좋은 방법은 별 큰 의미가 없는 또 다른 말을 반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명상의 효과는 숨을 천천히 깊게 들이마시고 또 그것을 잘게 쪼개서 내뱉을수록 좋다. 호흡을 깊게 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숨을 끝까지 내뱉어라. 그래야 크게 들이켤 수 있다. 비워라. 그래야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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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도통 오질 않는다. 긴 밤을 뜬눈으로 지새운다. 잘 자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자기 전에 1부터 1000까지 셈을 센다. 그러면 지겨워지면서 잠이 오든가. 오히려 정신이 더 말똥말똥해지지 않든가. 둘째, 중독성 없는 수면제를 먹는다. 아무리 중독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장복해서 좋을 것 없다. 더군다나 무엇인가에 의존해서 자신을 통제하려는 것은 비상상황을 제외하고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내가 들은 처방 중 최상은 딴 곳에 있다. 일어나는 시간을 일정하게 하라. ‘아침 6시에 일어나자’고 정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그때는 일어나는 거다. 설령 새벽 4시에 잠이 들었더라도 6시면 일어나라. 그 결과를 보고 싶으면 6개월만 계속해보라.

지인 중에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 있다. 나는 어느 날 사진 잘 찍는 비결을 물었다. 답은 “많이 찍어라. 이론을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많이 찍어봐야 한다. 그런데 진짜 실력이 늘려면 많이 지워봐야 한다. 아무리 많이 찍어도 지워보지 않으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였다. 내 머릿속에 섬광 같은 깨달음 하나가 번쩍하고 지나간다. ‘아, 사진 찍는 것도 글 쓰는 것과 마찬가지구나.’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써보는 것이 최고다. 그런데 정작 더 중요한 것은 글을 고치면서 실력이 부쩍 는다는 것이다. 내 글을 내가 스스로 고치기도 하지만 남의 글을 내가 고칠 수도 있다. 물론 내 글을 남에게 고쳐 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다. 여하튼 많이 고치면 고칠수록 좋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주요 덕목 중에 절제가 중요하다고 했다. 욕망을 절제해야 이성이 활동하기 때문이다. 호흡을 멈추면 죽는다. 내가 절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호흡을 길고 깊게 하는 것은 연습할 수 있다. 뼛속에 남아 있는 마지막 숨까지 다 내뱉어보라. 나 자신의 변화를 가져오려면 우선 어디를 통제해야 하는지부터 잘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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