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한국야쿠르트 4,500여 균종 모아…'유산균 10배 강화' 제품 출시 저력

[장수 식품기업, 성공 DNA를 찾아서] <3>한국야쿠르트

1970년대부터 '유산균 대중화'

故윤덕병 회장 개척 정신 계승

전국서 모은 유산균 천연재료

중앙연구소 라이브러리에 보관

腸·胃·肝건강 발효유는 물론

다양한 기능성 제품 출시 매진

커피·간편식 등 사업영역 확장

2년 연속 매출 1조 이상 거둬




“이 곳 중앙연구소는 2~3년에 한 번씩 한약방으로 변신해요. 김치, 젓갈, 막걸리 등 발효유의 원료인 유산균으로 분리해낼 수 있는 천연 재료를 전국 방방곡곡에서 찾아온 후 균주 라이브러리에 저장하기 때문이죠. ‘얼려먹는 야쿠르트’도 김치에서 찾은 면역 특허 유산균으로 탄생한 제품이죠.”

최근 기흥시 소재 한국야쿠르트의 중앙연구소에서 만난 김주연 책임연구원은 연구소의 핵심 자산인 ‘균 라이브러리’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로 설립 43주년을 맞은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는 기나긴 역사를 가진 국내 최초의 유산균 연구소답게 4,500여종에 달하는 균종을 보관한 ‘균 라이브러리’를 갖추고 있었다.


균 라이브러리의 문을 열자 영하 70~80도에서 빽빽하게 냉동 보관된 상자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 상자 안에는 유산균을 중심으로 다양한 균종이 기능별로 분류되어 있다. 균 라이브러리는 발효유 개발의 씨앗이 되는 만큼 연구소를 비롯한 총 세 군데에 분산해 보관한다는 설명이다.

심재헌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장은 “목표로 하는 기능이 있으면 균 라이브러리에 보관된 균을 꺼내 실험 과정을 거쳐 제품화를 한다”면서 “균주 라이브러리가 방대할수록 좋은 균을 찾을 확률은 높아지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새로운 균을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입견 극복한 역발상을 성장 엔진으로=유산균은 발효유의 근간이지만 한국야쿠르트의 첫 제품인 ‘야쿠르트’가 출시된 1970년대 초반에는 유산균에 대한 소비자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어떻게 균을 돈 주고 사 먹느냐” “병균을 팔아 먹는다”와 같은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했다. 하지만 한국야쿠르트의 창업자인 고(故) 윤덕병 회장은 이 같은 비난에도 무료 시음 행사 등을 진행하고 방문판매의 전설인 ‘야쿠르트 아줌마(프레시 매니저)’를 통해 오히려 적극적인 유산균의 효능 알리기에 나섰다. 균에 대한 인식이 차츰 개선되자 1995년에는 국내 최초로 한국인 유아의 장에서 분리한 한국형 비피더스 균주를 개발하면서 비피더스균의 국산화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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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발상 접근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2000년 유산균이 장에 좋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졌지만 위에도 효능을 발휘한다고 생각하지는 못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한국야쿠르트는 위 건강을 해치는 헬리코박터를 위산에도 견디는 유산균이 배출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여섯 가지 특허 기술이 적용된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이 출시됐다. 한국야쿠르트는 이후에도 균 라이브러리를 활용해 특허 받은 기존 유산균을 10배 강화한 제품을 선보였다. 윌의 누적판매량은 39억개에 달한다. 2004년 출시된 후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 8억개를 돌파한 ‘쿠퍼스’도 간 건강을 돕는 유산균으로 개발된 역발상 사례다.

위, 간으로 이어지는 발효유 제품은 기능성을 더한 건강기능식품 ‘MPRO3(엠프로쓰리)’로 진화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5월 세계소화기학회에서 MPRO3 유산균을 섭취할 경우 대장암 수술 환자의 장내 균총 및 장기능 지표가 개선됐다는 점을 밝히며 주목받았다.

◇‘미투’가 나올 수 없는 발효유 1등…100년 기업 거뜬=‘미투(Me too)’가 불가능한 독보적인 제품으로 발효유 시장에서 굳건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한국야쿠르트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다. 장·위·간 건강에 도움을 주는 발효유를 생산했듯 면역력을 높이거나 체지방을 감소하는 등 특별한 기능을 발휘하는 유산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심 연구소장은 “현재까지 알려진 장내 균총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면서 “유산균이 인지 능력, 감정 등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혀 프로바이오틱을 넘어서는 ‘파마바이오틱’ 기업의 선두주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야쿠르트는 발효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며 종합식품기업으로서 발돋움하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콜드브루 by 찰스 바빈스키’를 출시해 고급 카페에서만 판매되던 콜드브루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이 제품의 지난해 판매액은 210억원에 달했다. 최근에는 에스프레소 추출 원액을 담은 ‘핫 브루’까지 내놓으며 커피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다.

식품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간편식 사업에도 발을 담갔다. 2017년 신선간편식 브랜드 ‘잇츠온(EATS ON)’을 론칭하며 손질된 식재료와 레시피를 동봉한 밀키트와 국·탕·찌개 등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야쿠르트는 정지선, 이인희 등 유명 셰프와의 협업을 통해 밀키트도 고급화 시켰다는 평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이같이 다양한 포트폴리오까지 갖추면서 지난 2017년부터 2년 연속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기흥=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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