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올 들어 자산 5조 증발... ETF 손 터는 외국인

패시브 투자 늘며 '대세' 자리잡다

국내증시 부진에 거래대금 계속 줄어

채권·해외ETF만 성장세 유지

외인 순매수 연초 1조→지난달 81억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의 자산총액이 연초 대비 5조원가량 증발할 정도로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지수를 통째로 사고파는 패시브 투자의 보편화로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자산총액 최고치를 거듭 경신해가며 ‘대세’ 대접을 받았지만 국내 증시가 각종 대외 악재에 억눌려 힘을 잃은 탓에 그 영향이 ETF에도 전달된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가 최근 급감한 것이 뼈아프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ETF의 순자산가치 총액은 지난 7월 현재 40조6,584억원으로 1월 45조2,562억원보다 4조6,000억원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 소재 3개 품목 수출규제를 시작으로 일본의 무역보복이 이어졌던 지난 한 달 동안만 8,600억원 줄어들며 지난해 순자산가치 총액인 41조66억원보다 오히려 뒤졌다.

일 평균 거래대금도 올해 5월 1조5,000억원대까지 올랐다가 6월 1조1,857억원, 7월 1조1,967억원으로 뒷걸음질치고 있다. 그만큼 ETF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의미다.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상장 ETF 435개 가운데 연초 이후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1억원도 채 안 되는 것이 220개로 절반이 넘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ETF에 유입된 자금은 880조원에 이른다. 펀드매니저가 종목을 엄선해 담는 액티브 투자에 비해 수수료가 최대 5배가량 낮은 것도 ETF의 큰 장점이다. 이런 이유로 자금을 빨아들이던 ETF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것은 그만큼 국내 주식시장의 부진이 극심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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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과 채권 등 ETF를 구성하는 상품 가운데 한국 시장대표 종목, 즉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비중이 높은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가 50%로 가장 높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주식 ETF의 순자산가치 총액은 1월 36조4,930억원에서 지난달 30조5,790억원으로 감소했다. 증시 부진으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주식 대신 채권을 담은 채권 ETF가 같은 기간 5조원대에서 6조원대로 몸집을 불린 것과 대비된다. ‘주식 직구’를 비롯해 채권까지 해외 투자가 확산하면서 외국 상품을 담은 해외 ETF의 순자산가치 총액도 연초 대비 2,000억원 이상 성장했다.

외국인의 ETF 순매수 규모는 눈에 띄게 감소했다. 지난해 ‘검은 10월’ 이후 반도체 경기 회복과 반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올해 1월 1조원 이상 국내 ETF를 사들였지만 지난달에는 81억원 순매수에 그쳤다.

그 빈자리를 지난달 2,014억원을 순매수한 개인이 채웠다. 기관은 1월 8,000억원대, 지난달 2,000억원대로 ‘팔자’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수가 오르면 고수익을 내는 레버리지ETF, 반대로 내리면 고수익을 버는 인버스ETF에 베팅하는 개인이 늘었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증시 불안이 가중되는 시기인 만큼 배당주나 저변동성주, 중소형주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을 조언한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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