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위기 넘어라" 기업이 뛴다] 킬러 콘텐츠로 '신성장의 문' 활짝 연다

유통사, 온라인 신사업 대거 발굴

톡톡 튀는 아이디어·제품 앞세워

경기불황·소비 트렌드 변화 대응

화장품은 해외시장서 보폭 넓혀




경기불황의 어두운 터널이 계속되면서 기업들의 주름살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 특히 내수 소비에 기반한 식품·유통 등 국내 소비재 기업들은 잇따른 대외악재에 소비심리까지 꽁꽁 얼어붙으면서 그야말로 백척간두의 처지에 놓여있다. 최근 유통가에서는 단돈 한 푼이라도 싸게 팔려는 ‘1원 전쟁’까지 벌어지고 있지만 불투명한 대내외 경제전망에 소비자들은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소비침체와 투자·고용부진, 가계소득 감소가 되풀이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소비자들이 경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석 달째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95.9로 한 달 전보다 1.6포인트나 하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보다 크면 경제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장기평균(2013∼2018년)보다 낙관적임을 의미하지만 반대로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는 걸 뜻한다. 한은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과 수출 부진, 주가 하락 등 기존의 지수 하락 요인에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더해지면서 경기 및 가계 재정상황에 대한 인식이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기업 현장에서 체감하는 분위기는 한층 더 싸늘하다. 국내 1위 대형마트는 올해 2·4분기 사상 처음으로 적자전환 가능성까지 우려되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다른 대형마트들 역시 경기불황과 달라진 소비 트렌드의 여파로 영업이익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불황을 모르고 지내온 백화점들도 최근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관련 주가는 연일 최저가를 경신하고 있다.


국민들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식품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내 주요 식품기업 가운데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두 자릿수 퍼센트 이상 늘어난 곳은 한 손으로 꼽을 정도다. 상당수 기업들의 지난해 매출 증가율은 1% 남짓에 불과한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격적인 인수 합병(M&A)은커녕 이렇다 할 만한 히트 상품도 나오지 않고 있다. 식품업체들이 점차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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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대로 마냥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과거에도 혹독한 불황 속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탁월한 제품력을 앞세워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기업들은 늘 존재해왔다. 세계적 브랜드 관리 전문가인 데이비드 아커 박사도 “경기불황으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중시하는 경향이 커지게 된다”며 기업은 불황일수록 브랜드 경영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체 브랜드를 충실히 키워낸 기업이야말로 지금의 험난한 위기를 오히려 새로운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대표 소비재 기업들도 당면한 위기 극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전 세계를 무대로 다시 뛰기 위한 신발 끈을 바짝 조여 매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 5월 “이제 우리의 시장은 전 세계이고 경쟁자는 글로벌 톱 기업들”이라며 “글로벌 영토확장이라는 또 한 번의 성공을 만들어낼 창조의 여정을 시작하자”고 강조했다. 이에 맞춰 CJ는 모든 면에서 최초와 최고, 차별화를 추구하는 ‘온리원’(OnlyOne) 정신을 바탕으로 연구개발(R&D) 투자를 강화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경기불황과 소비 트렌드 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유통업계 총수들 역시 절박한 마음가짐으로 위기 극복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하반기 사장단 회의를 열고 “수많은 제품과 정보가 넘쳐나는 시기에 특징 없는 제품과 서비스는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며 어떠한 위기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성장전략 등을 강조했다. 롯데백화점은 오프라인 매장으로 고객의 발길을 끌어모으기 위한 차별화된 콘텐츠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역시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오고, 기회는 생각보다 늦게 온다”며 초저가 상품개발과 온라인 신사업 등 전방위적인 위기 대응 매뉴얼을 주문하고 나섰다.

전 세계 무대에서 ‘K-뷰티’를 알려 나가고 있는 화장품업체들은 올 하반기에도 해외시장 개척의 고삐를 바짝 조여나갈 방침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최초이자 최고의 세계 일류상품, 남들은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 상품 개발을 목표로 올해에도 해외 50개국 개척을 향한 도전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LG생활건강도 ‘후’와 ‘숨’, ‘오휘’ 등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들을 앞세워 국내로 넘어 아시아 대표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각오를 내비치고 있다. /특별취재팀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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