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홍콩 50년만에 총파업…'금융허브' 아성도 무너진다

공무원·버스기사·항공승무원 등

50만명 동참…게릴라 시위까지

대중교통 지연되고 공항은 마비

혼란 속 관광·소매업 경기후퇴

PMI,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시위 9주째 지속되며 격화 양상

람 장관 "법·질서 지킬것" 경고

시위대에 또 무차별 '백색 테러'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9주째 이어져온 홍콩에서 50년 만에 처음으로 총파업이 벌어졌다. 이번 파업에 최대 50만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파업 가담자들이 가세한 반정부시위대가 이른 아침부터 홍콩 거리를 점거하고 지하철·버스를 막아 세우면서 홍콩 전역은 그야말로 마비상태가 됐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에 계속되는 시위와 총파업까지 겹치면서 홍콩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후퇴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5일 금융인·공무원·버스기사·항공승무원 등 각계 종사자들이 참여한 총파업이 진행됐다면서 이날 파업에 총 50만명 이상이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홍콩에서 관공서 직원들이 합세한 총파업이 열린 것은 50년 만이다.


이날 시위대는 파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비협조운동’으로 불리는 게릴라식 시위를 곳곳에서 전개했다. 이들은 시민들의 출퇴근을 저지하기 위해 아침7시30분부터 지하철역에서 승차장과 차량 사이에 다리를 거는 방식 등으로 지하철 운행을 방해하고 버스 운행도 지연시켰다. 이에 따라 공항고속철 등 2개 노선의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홍콩국제공항도 마비됐다. 민항처 소속 항공관제사의 3분의1인 20여명이 집단 병가를 내면서 국제공항 활주로 2곳 중 1곳만 운영됐다. 항공사 조종사와 승무원도 파업에 동참하면서 이날 예정됐던 수백편의 항공편이 무더기로 취소됐다.


총파업으로 홍콩 경제가 마비되자 캐리 람 행정장관은 2주 만에 또 기자회견을 열어 총파업과 시위대를 강력히 비판했다. 람 장관은 총파업에 대해 “700만 홍콩인의 삶을 걸고 도박을 벌이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파업 가담자들이 속히 직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시위대가 중국 국기를 바다에 던지는 등 일국양제(1국가 2체제)를 위협하는 행동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며 “홍콩 정부는 법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 결연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련기사



5일 시위에 참여한 한 홍콩 시민이 지하철에서 ‘당신 자녀의 미래를 위해 하루 파업에 나설 수 있습니까?’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홍콩=EPA연합뉴스5일 시위에 참여한 한 홍콩 시민이 지하철에서 ‘당신 자녀의 미래를 위해 하루 파업에 나설 수 있습니까?’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홍콩=EPA연합뉴스


이날 오후까지 격렬한 시위가 이어지자 또다시 시위대를 겨냥한 ‘백색 테러’가 벌어졌다. 흰색 셔츠 차림을 한 정체 미상의 세력이 시위대에 목봉을 휘두른 것이다. 친중파로 추정되는 이들은 지난달 21일에도 시위대를 무차별 공격했다.

시위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자 홍콩 정부는 이날 시위대에 최루가스를 난사하며 강경 진압에 나섰다. 홍콩 정부는 전날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 건물 앞에 반정부시위 발생 이후 처음으로 물대포차까지 배치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특히 시위대가 전날 시위에서 중국 중앙정부에서 주권반환을 기념해 홍콩에 선물한 ‘골든보히니아’ 동상을 훼손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시위대는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친필이 새겨진 이 동상에 스프레이로 ‘홍콩을 해방하자’ ‘하늘은 공산당을 멸할 것’이라는 등의 문구를 적었다. 이를 지켜본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5일 논평에서 일부 시위대의 폭력행위가 일국양제 원칙의 마지노선을 훼손한다며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홍콩 주권반환 이후 첫 홍콩 내정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던 정부는 6일 새로운 발표를 예고하며 시위대를 압박하기도 했다.

올해 3월 처음 발생한 시위가 6월부터 대규모로 이어지며 극심한 혼돈이 계속되자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불렸던 홍콩 경제는 급속도로 고꾸라지고 있다. 관광·소매기업들에 타격이 집중되는 가운데 지난달 홍콩의 IHS마킷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3.8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이후 최저로 추락했다. 지난달 홍콩 통계청이 발표한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는 전년 동기 대비 0.6% 증가에 그쳐 1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이날 홍콩 증시의 항셍지수도 2.85% 급락했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홍콩지수는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최장 기간(9일) 하락했다. 폴 찬 홍콩 재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위가 이어질수록 홍콩의 침체 리스크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창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