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국가 이익은 국민 이익...외교, 도덕화 말아야"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숨은 주역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

日 경제보복 협상 가능성 아직 충분

韓, 피해자 일관주의·도덕적 우위

조금 양보땐 주도권 가질 수 있어

전 국민 만족시킬 외교 해법 없어

원칙 강조보다 유연성 갖고 대처를

민주평화당 초청 간담회에서 강연하고 있는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 /민주평화당 유튜브 캡처민주평화당 초청 간담회에서 강연하고 있는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 /민주평화당 유튜브 캡처



“국가 이익은 국민감정과 대립하는 것이 아닙니다. 민주국가에서 국가 이익은 곧 국민 이익입니다. … (그런 의미에서) 외교를 도덕화해서는 안됩니다.”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숨은 주역인 최상용(사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가 5일 한일관계에 대해 “피해자가 도덕적 우선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 도덕성을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을까 생각해야 한다”며 도덕적 접근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최 명예교수는 이날 일본의 경제보복 대안 마련을 위한 민주평화당의 전문가 초청 간담회에서 “도덕성을 대결 구도로 만들지 말고 오히려 양보해야 한다.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그랬듯 선례가 있다”며 “피해자 일관주의와 우리의 도덕적 우위를 조금 양보한다면 협상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이번 간담회에서 강조한 것은 ‘양보’와 ‘협상’이었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당분간은 스케줄대로 밀고 나가겠지만 협상의 가능성은 아직 충분하기 때문에 이것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명예교수는 “아베 신조 총리는 예측 가능한 정치가이고 정치적 유연성도 대단한 인물”이라고 평가한 후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피해자가 박수를 덜 치더라도 대통령이 결정해서 나중에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피해자들을 설득한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며 “우리 피해자들에게 그런 자세로 임하고 싸우고 있는 일본에도 그런 여유를 보이면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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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명예교수는 또 모든 국민을 만족시킬 수 있는 외교적 해법은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교적 협상 결과가 전 국민에게 박수를 받을 수는 없다”며 “외교에서 최선은 없으며 최선을 막고 차선이나 차악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대일 협상에서 원칙을 강조하기보다 유연성을 가지고 대처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반일 감정이 단순한 감정적 대응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최 명예교수는 “과거 한일관계는 아무리 어려워도 경제교류만큼은 유지해왔는데 이번 아베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는 이를 깨뜨린 것이며 이는 ‘아름다운 평화’를 의미하는 새 연호 ‘레이와(令和)’가 담은 뜻과도 맞지 않는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당한 것이 화풀이로 보여서는 안되며 당당하게 겨루는 것으로 나가야 한다. 그래야 국제적 설득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국민에 대한 믿음도 강조했다. 최 명예교수는 과거 일본 정부가 왜곡된 역사교과서를 채택하려고 했을 때 채택률이 0.039%밖에 되지 않았음을 상기시키며 “일본 정부가 옳지 않을 일을 한다고 해서 그 나라 국민까지 한꺼번에 매도하는 것은 현명하지도 않고 사실에도 맞지 않는다”며 “일본 국민에 대한 신뢰를 반드시 버리지 말라”고 충고했다. 대신 강연이야말로 일본에서 현지인들의 마음을 끌어당길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므로 강연 외교에 능한 대사를 보내야 한다는 대안도 내놓았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송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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