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파이낸셜 포커스] 日, 만기연장 거부 1순위..자금이탈 '트리거' 될수도

■ '금융보복' 예상 시나리오는

日 차입금 17조 중 40% 1년내 만기

연장 거부 땐 시장 불안감 우려에

당국 "다른나라서 조달 가능" 일축

韓, 무역의존도 높고 대외변수 취약

"지나친 낙관은 경계해야" 주장도

0615A10 일 금융보복 예상 시나리오 및 실현 가능성



일본 정부가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에 이어 국내 금융시장을 3차 보복 타깃으로 삼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일본의 금융보복 시나리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 부문은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크지 않고 대체 가능성이 높아 일본이 실제 보복조치에 나서더라도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구조의 특성상 금융 분야도 대외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5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일본이 금융 보복에 나설 경우 가장 먼저 꺼내 들 카드로는 기존 차입금 만기 연장(롤오버) 거부가 꼽힌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국내 금융기관이 일본계 금융사로부터 빌린 돈은 153억2,000만달러(17조원)이며 이 가운데 40%인 72억1,000만달러(8조원)가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한다. 은행의 경우 58.6%인 54억3,000만달러(6조원)의 상환 시점이 1년 안에 몰려 있다. 일본 금융사들이 롤오버를 거부하면 국내 금융사들은 대체 국가를 찾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조달 금리가 상승한다. 이런 조치가 한국 금융 시장에 대한 불안감을 불러일으켜 다른 외국계 자금의 이탈을 촉발시키는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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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우리 금융기관들의 신용등급이 높아 다른 나라에서 얼마든지 외화를 조달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국내 은행의 일본계 외화차입금 92억6,000만달러(10조6,000억원)는 전체 외화차입금의 6.6% 수준에 불과하며 외화 여유자금도 292억달러(33조4,200억원)로 3개월 내 만기도래하는 외화차입금(255억달러·29조2,000억원)을 37억달러(4조2,300억원) 웃돌고 있다는 통계도 제시한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롤오버되는 자금의 흐름을 보면 미즈호나 미쓰비시파이낸셜그룹(MUFG) 등 일본계 은행에서 특별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으며 정상적으로 차환되고 있다”며 시장의 우려를 일축했다.

하지만 대외변수에 취약한 국내 금융 시장을 고려하면 일본의 금융 보복에 따른 후폭풍을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주식·채권 시장의 경우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대외충격으로 인해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로 이탈했던 전례가 많다. 금융위는 이날 장 시작 전인 오전8시께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올 들어 (주식·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의 유출입과 신용부도스와프(CDS), 외환보유액 등이 모두 안정적”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한 메시지를 던졌지만 주식과 외환 시장은 모두 하루 종일 큰 폭으로 출렁였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이 확전되는 양상에서 한일 경제 갈등까지 장기화할 경우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심리가 언제든지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실제 현지 일본에서는 극우 언론과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이번 경제보복의 궁극적인 목표가 “한국에 제2의 IMF를 일으키는 것”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할 정도로 대외 변수에 취약한 국내 금융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일본계 은행이 한국 기업의 신용장 보증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금융보복에 나서면 한국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나온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기업들이 무역거래 결제에서 신용장을 이용한 비중이 15.2%에 불과하고 국내 은행의 대일본 수입 관련 신용장을 일본계 은행이 보증하는 비중도 0.3% 불과해 보복의 실효성이 낮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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