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정신질환·폭력조장 게임에 총기참사 책임 돌린 트럼프

규제 강화·분열조장 발언 외면

"인터넷·SNS 등이 원인" 몰아

위험인물 총기소지 제한법 추진

정신보건법 개혁에도 진정성 의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말 연이어 발생한 2건의 총기참사를 ‘악(惡)의 공격’이라고 비난하며 총기폭력 확산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하지만 총기참사의 근본원인인 총기에 대한 규제 강화 대신 폭력을 조장하는 비디오게임과 정신질환·인터넷 등에 책임을 돌리고 정작 분열을 조장한 자신의 인종차별적 발언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면서 진정성에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발표한 최근의 총기난사 관련 대국민 성명을 통해 “우리나라는 한목소리로 인종주의와 편견, 백인 우월주의를 비난해야 한다”며 “미국에 증오가 발붙일 곳은 없다. 증오는 정신을 비뚤어지게 하고 마음을 황폐화하고 영혼을 집어삼킨다”고 말했다.


생중계된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성명은 지난 3일 텍사스주 엘패소에서 22명의 목숨을 앗아간 월마트 총기난사가 발생하고 이튿날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도 수십명의 사상자를 낸 총격사건이 벌어진 것이 배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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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자리에서 총기폭력 방지를 위한 긴급대응도 주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공안전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위험인물의 총기류 소지를 선별적으로 규제하는 이른바 ‘적기법(red flag laws)’ 통과를 촉구했다. 이 법안은 타인에게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인물의 총기 소유를 제약하는 내용이다. 그는 또 증오 범죄자와 총기난사 등 대량살상 범죄자에 대한 신속한 형 집행이 가능하도록 새로운 법을 추진하고, 정신질환자들을 더욱 잘 식별하기 위한 정신보건법 개혁도 주문했다. 이와 함께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폭력적 비디오 게임 등에 나타나는 ‘폭력 미화’ 풍조 개선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하지만 일련의 대응책이 총기규제보다 인터넷·소셜미디어·비디오게임 등에 초점을 맞추면서 그 진정성이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은 백인 우월주의를 비난할 것을 촉구하며 총기규제 강화보다 정신질환에 초점을 맞춘 조치들을 지지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는 총기구매자 신원조회 강화를 촉구했지만 2월 하원에서 신원조회강화 법안이 통과됐을 때는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위협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CNN도 “트럼프는 증오와 관련해 자신의 말을 제외한 모든 것을 비난했다”며 “그가 하지 않은 일은 자신의 과거 발언에 책임을 지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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