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정부 해외자산 적폐몰며 매각 강행…해외기업은 시간끌며 몸값 더 낮춰

■쫓기듯 헐값에 팔리는 알짜 '코브레 구리광산'

정부, 해외자원개발 매각 공론화

국내기업 정부눈치에 입찰참여 '0'

日·中기업은 가격 경쟁없이 관망

11억弗 평가 받았지만 갈수록 뚝뚝

"구리 90% 수입하는데 매각하라니…"

'일방통행 정책' 재검토 목소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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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브레 파나마 프로젝트는 파나마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서쪽으로 120㎞ 떨어진 콜론주(州) 도노소시에 위치한 구리광산 개발사업으로 국내 기업이 참여한 해외 자원개발 프로젝트 중 성공사례로 평가된다. 구리 매장량은 약 32억톤 규모로 세계 10위권 수준이다. 한국광물공사는 사업 참여 10년 만인 지난 2월 코브레 파나마 광산이 시험생산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8개월 뒤면 상업 생산이 가능한 수준에 다다라 업계에서는 사업의 리스크가 대부분 해소됐다고 본다. 현재 광산의 지분은 광물공사가 10%, 캐나다의 유력 자원개발 업체인 퍼스트퀀텀(FQM)사가 90%를 보유하고 있는데, 지분만큼 생산물을 나눠 가지면 한국은 연간 3만5,000톤의 구리를 확보할 수 있다. 공사가 보유한 10% 지분의 가치만 11억달러(1조3,300억원) 안팎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같은 알짜 광산임에도 코브레 파나마는 외국 기업에 제 값을 받지 못하고 팔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8일 광물공사가 지분 10%를 매각하기 위한 본입찰을 진행했지만 유찰된 것 역시 그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정부의 해외자원개발사업 적폐 몰이에 국내 기업들은 입찰 참여를 모두 포기했다. 이러한 상황의 원인은 한국 정부가 지난해 3월 광물공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모든 해외자원개발 자산을 매각하도록 한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데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각이 결정된 자산에 더 높은 가격을 부르는 업체가 오히려 이상한 것”이라며 “정부는 매각 기한을 정해놓지 않아서 괜찮다는 입장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광물공사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외 여건도 불리한 상황이다. 우선 지난 3월 기준 톤당 6,572달러였던 구리 가격이 최근 5,600달러대로 떨어졌다. 구리 가격이 떨어지는 만큼 구리 광산에 대한 투자가치가 떨어지는 셈이다. 또 지난 7월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이 꼬브레 파나마 특별법을 수정해 사업자들이 구리 광산 개발의 대가로 정부에 지급하는 로열티를 높이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매각 주관사인 맥쿼리증권 역시 이번 유찰과 관련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증가와 원자재 가격 하락 등 대내외적 여건으로 일부 잠재 매수자들이 본 입찰 참여를 포기했고, 입찰 참여업체 역시 저가 매입 기회로 판단해 예정가격보다 낮은 입찰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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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구리가 6대 국가전략광종으로 꼽힌다는 것이다. 구리를 포함해 우라늄·유연탄·아연·니켈·철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고 수입 의존도가 90%를 넘어서 정부가 지정해 관리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핵심 광종을 확보할 수 있는 광산을 공기업의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무조건적으로 매각하는 정책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광물공사의 재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리의 수입의존도가 사실상 100%에 가까운 상황에서 알짜 광산을 외국에 매각하는 것은 넌센스”라며 “구리는 생산지가 다변화되어 있어 일본의 이번 반도체 소재 규제만큼의 파급력은 없더라도 가격 급등락에는 항상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무조건적 매각이 아닌 한국 산업과 자원 안보 측면에서의 전략을 설정해 선별적 매각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재 자원공기업들의 해외자산 매각 과정을 살펴보면 알짜 자산은 제값을 받지 못하고 팔고 부실 자산만 팔리지 않아 남아 있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 광물공사는 지난해 12월 ‘알짜 자산’으로 평가받는 호주 물라벤 유연탄 광산의 사업 지분 4%를 호주 광산업체 얀콜에 약 680억원에 매각했다. 또 지난 3월에는 광물공사와 LG상사가 미국 로즈몬트 구리광산 사업 지분 7.95%를 캐나다 허드베이사에 매각키로 했다. 광물공사와 LG상사가 각각 손에 쥐는 돈은 투자비 2,500만달러를 제외한 3,750만달러(약 424억원)다. 광물공사의 총투자비는 3,520만달러(약 398억원)로 약 26억원을 추가 회수하고 사업에서 철수한 것이다. 석유공사 역시 지난 3월 비상경영계획을 발표하면서 미국의 셰일가스 광구인 이글포드와 영국 에너지 기업 다나페트롤리엄 등 알짜 자산의 매각 방침까지 담았다. 반면 멕시코 볼레오 동광사업 등 악성 부채의 핵심으로 꼽히는 부실자산들은 매각이 요원하다. 볼레오 동광사업은 광물공사가 지금까지 1조6,481억원을 투입했지만 아직 정상적인 생산단계에 진입하지 못해 운영비 부담만 커지는 상황이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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