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총격 사건으로 미국 전역에 충격에 채 가시지도 않은 가운데 이번에는 로스앤젤레스(LA) 인근에서 30대 남성이 무차별 칼부림 난동을 벌여 4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했다고 8일(현지시간) CNN 방송이 보도했다.
이 사건은 하루전인 7일 미 캘리포니아주 LA 남쪽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도시인 가든그로브와 샌타애나에서 벌어졌다.
분노로 가득 찬 33세 남성이 이성을 잃고 주유소와 편의점, 보험회사 사무실 등 영업점 10여 곳을 돌아다니며 2시간 동안 무차별로 흉기를 휘두른 것이다.
칼부림 난동을 부리던 남성은 샌타애나에 있는 한 편의점에서 나오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남성은 칼로 위협해 편의점 내 보안요원으로부터 총기도 빼앗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아직 용의자 신원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히스패닉계 남성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AP통신은 이 남성의 휘두른 칼에 죽거나 다친 피해자들도 대부분 히스패닉계라고 보도했다.
용의자는 가든그로브의 한 아파트에서 난동을 시작했다고 경찰은 말했다.
경찰관들이 아파트에서 강도 신고를 받고 출동을 준비하고 있을 때 용의자는 아파트에서 나와 20분 만에 인근 제과점으로 옮겨갔다고 CNN은 전했다.
제과점 주인은 현지 KCAL-TV에 “오후 4시 좀 넘어서 휴대전화를 충전하고 있는데 한 남성이 차를 몰고 와 주차하고 나서는 총을 들이밀면서 돈을 요구했다. 그리고는 현찰을 갖고 달아났다”라고 말했다.
은색 메르세데스 벤츠 차를 탄 용의자는 제과점에서 나와 다시 자신이 살던 아파트로 찾아가 주민 2명을 더 찔렀다. 흉기에 찔린 주민 두 명은 모두 사망했다.
편의점과 주유소 등에 설치된 폐쇄회로(CC) TV에는 용의자가 상점에 들른 고객을 무차별로 공격하는 장면이 찍혔다고 AP는 전했다.
용의자가 평소에 알고 지내던 아파트 주민을 공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용의자는 가든그로브에 있는 보험회사 사무실에 들러 50대 여직원을 수차례 흉기로 찔렀다. 보험회사 직원은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큰 상처를 입었다.
보험사 직원은 용의자가 날이 넓고 무거운 칼인 ‘마체테’(machete) 같은 흉기 2개를 들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경찰은 “보험회사 여직원이 매우 용감했다. 용의자가 칼로 무장하고 있었지만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맞섰다”라고 말했다.
용의자는 저녁 무렵에는 인근 셰브런 주유소로 옮겨가 이유 없이 주유소에 있던 한 남성을 공격했다.
용의자는 이어 인근 도시인 샌타애나의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주차했다가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체포될 당시 큰 칼과 총을 휴대하고 있었다. 세븐일레븐에 있던 보안요원은 칼에 찔려 숨졌다.
편의점에 들르기에 앞서 인근 샌드위치 가게인 써브웨이에서 한 직원도 칼에 찔린 것으로 확인됐다. 써브웨이 직원도 결국 사망했다.
칼 휘트니 가든그로브 경찰서 부서장은 “용의자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분을 참지 못해 많은 사람을 해치려고 했다”며 “사건이 증오나 인종범죄와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 용의자가 히스패닉계이고 피해자들도 히스패닉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