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이념에 매몰된 개각으로 다층위기 극복하겠나

8·9 개각을 보면서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책임져야 할 사람은 물러나지 않고 회전문·코드 인사만 눈에 띄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내정하는 등 4명의 장관과 6명의 장관급 인사를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이번 개각은 외교안보와 경제 분야 위기가 파도처럼 밀려드는 상황과 문 대통령 임기 반환점 및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이뤄졌다. 따라서 쇄신과 국민통합을 위한 인사를 하고 중립적 선거 관리 내각을 구성했어야 했다. 그러나 개각 결과는 정반대였다.


문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불렸던 조 전 수석을 법무장관에 기용한 것은 최악의 회전문 인사다. 검찰 수사지휘권을 갖고 있는 법무장관은 누구보다도 공정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특히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는 철저한 정치적 중립이 요구된다. 하지만 조 후보자는 정치 중립과는 거리가 먼데다 이념적으로 편향돼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인사를 불과 보름 만에 선거 관리 부처 수장으로 내정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조 후보자에 대해 청와대는 “검찰개혁을 위한 적임자”라며 두둔하지만 오히려 검찰개혁에 역행하는 인사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중립성 확보이기 때문이다. 민정수석 당시 인사 검증 실패 등으로 경질됐어야 할 인사가 오히려 승승장구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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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방송통신위원장에는 진보 성향의 언론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인 한상혁 변호사를 내정했다. 주미대사에는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에는 햇볕정책 전도사 역할을 했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발탁됐다. 세 사람 모두 대표적인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라고 할 수 있다. 또 외톨이 외교와 잇단 군 기강 해이 등 외교안보 실패 때문에 야당이 교체를 요구했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이번에 유임된 것도 큰 문제다. 튼튼한 안보와 실용적 외교를 위해서는 책임을 묻고 유능한 인사를 기용해야 한다. 쇄신은 없고 이념에 매몰된 개각을 하면 어떻게 다층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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