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한미동맹 두터우면 비용 문제 안돼...美의 '봉남통북' 차단해야"

[위기의 한미동맹] 서경펠로 진단

동맹 약화땐 북중러일 공세 불가피…경제에도 직격탄

방위비 분담금 등 美정책변화 대비해 전략 재정립해야

잇단 도발에 침묵은 잘못된 신호…金 압박감 줄 필요




6·25전쟁 발발 이후 미국의 수장이 동맹인 한국을 위협하는 북한의 수장을 편드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 이후 66년간 이어져온 굳건한 한미동맹의 상징인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흔들리는 한미관계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도를 넘은 북한의 대남도발과 일본의 파상공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안보의 핵심축인 한미동맹 약화는 한국을 진퇴양난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북 중심의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한국의 경제·안보에 영향력이 큰 한미관계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경 펠로(자문단)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한미가 이견을 보이고 북미가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초유의 사태인데 정부의 특별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을 위해 못할 게 없는 사람이다. 북한은 이 같은 상황을 한미 간의 고리를 끊는 매우 좋은 기회로 생각해 추가 도발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한반도의 평화를 지탱해온 버팀목인 한미 연합훈련을 “터무니없고 돈이 많이 든다(ridiculous and expensive)”고 혹평했다. 이는 사실상 한미 훈련을 비난하며 지난달 25일부터 무려 다섯 차례 미사일 도발을 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행동을 옹호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불만을 계속 강조하면서 한국의 안보환경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쏟아지고 있다. 서경 펠로인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흔드는 말과 행동을 계속한다면 전략자산 배치가 예전 같지 않고 북한의 핵 억제전략 등 공고한 한미공조가 어렵게 된다”고 우려했다.

한미동맹의 약화가 현실화하면 한국은 북한뿐 아니라 일본·중국·러시아 등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국가들의 거센 공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서경 펠로인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최악의 경우 주한미군 축소와 인도·태평양 전략 배제 등 한국은 외교적으로 더욱 고립될 가능성이 있다”며 “한미동맹 약화로 한국에 대한 안보불안이 가중되면 외국인 투자가들이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경제도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안보동맹을 비즈니스 관점으로 접근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성향을 비판하면서도 대북정책에 치우친 우리의 외교노선도 한미동맹 약화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간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 나머지 비핵화 방식과 관련 제재 완화 문제를 두고 미국과 입장 차이를 보였고 대중 견제를 위한 반(反)화웨이 전선 동참과 중거리미사일 배치에 대해서도 전략적 모호성으로 일관해 트럼프 행정부의 불만을 샀다.

남 교수는 “북한 문제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 개인의 생각이 확고하다. 평화경제론으로 극일하겠다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에 대북 중심의 정책을 바꿀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호르무즈해협 호위 등 하반기에는 한미관계에 변수가 될 수 있는 큰 이슈들이 많은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박 교수는 “한미동맹은 우리 안보전략의 핵심인데 그것이 흔들리는 것으로 보임에도 이에 대한 정부의 대비책이 보이지 않는다”며 “방위비 분담금 문제나 연합군사훈련 등 한국에 대한 미국의 외교정책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북한의 잇단 도발에 침묵하고 있는 청와대의 모습은 김 위원장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경 펠로인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청와대에서 북한의 도발이 별것 아니라고 하면 김 위원장에게 도발에 대한 면허증을 발급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가 날 것”이라며 “북한이 원하는 식의 대화가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압박감을 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우인·김인엽기자 wipark@sedaily.com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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