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늘어난 '6시 퇴근'...도심 소비엔 악재

[하나금융硏 지하철 출퇴근 분석]

주52시간·워라밸 문화 확산 영향

10년전보다 '6시 퇴근' 9%P 늘어

회식 줄어 오피스타운 영업 타격




을지로·여의도·광화문 등 전통적인 오피스타운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의 절반은 오후6시께에 퇴근길 지하철에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정착하면서 10년 전에 비해 오후7~9시에 지하철을 타는 직장인 수도 줄고 있다. 회식 등 술자리가 줄면서 오피스타운 식당이나 주점의 영업환경은 악화되는 반면 거주인구 비중이 높은 베드타운(bed town)은 배달음식·여가활동 등의 수요가 늘어 퇴근 이후 주요 소비지역이 주거지 인근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KEB하나은행의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서울시 직장인의 출퇴근 트렌드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광화문·을지로·시청 등 도심권 직장인들의 62.84%는 오후7시 이전에 퇴근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도심권 지하철역의 시간대별 승하차 승객 비중을 분석한 결과로 지난 2008년에 비해 오후5~7시에 승차하는 승객 비율은 8.79%포인트 늘어난 반면 오후7~9시 승차 비율은 9.8%포인트 줄었다. 이 같은 변화는 여의도·영등포·구로디지털단지 등을 포함한 서남권, 강남·역삼·선릉 일대의 동남권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부터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을 받게 된 300인 이상 대기업들이 야근신고제·PC오프제를 도입하며 정시 퇴근을 유도하고 있는데다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워라밸 문화가 확산되며 회식 등의 술자리 대신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주거지 근처에서 운동 등의 취미활동을 즐기는 직장인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야근과 회식이 줄면서 종로·서초·여의도·금천 일대에서 오후11시~오전3시 택시 호출 비중은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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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여유시간이 늘면서 홈 트레이닝이나 넷플릭스 같은 동영상 구독 서비스 등의 저비용 여가활동은 물론 집 꾸미기(홈퍼니싱)나 캠핑, 반려동물 및 반려식물 키우기, 온라인 신선식품 배송 등의 새로운 소비 수요가 창출되고 있다.

다만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작용으로 수입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가시간의 증가로 워라밸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역문화진흥원이 실시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문화생활 변화 실태조사’에 따르면 근로시간이 이미 단축된 직장인의 18.1%가 수입감소를 단점으로 꼽았고 52시간제 적용을 받게 될 근로자의 29.3%가 수입감소를 우려한다고 답했다.

정훈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공공 데이터 분석을 통해 오피스타운과 베드타운의 밀집도를 계량적으로 분석하고 직장인들의 출퇴근은 물론 소비행태 변화까지 분석할 수 있었다”며 “이번 분석 결과를 토대로 향후 상권 변화와 유동인구 분석, 부동산 가격 예측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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