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환율상승 수출엔 유리...1,250원 넘으면 外人자금 脫한국 러시

심층진단...원달러 적정환율 논쟁

■깊어지는 정부 고민

MB초기 고환율 정책 고수하다

금융위기 겹치며 되레 악영향

환율 둘러싼 불확실성 지속땐

기업 투자지연·경영위축 불가피

■한은 기준금리 공방도 가열

"경기 살리려면 추가인하" 주장

"고환율엔 인하 힘들어" 맞서




원·달러 환율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1일 달러당 1,158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 12일 1,216원20전으로 마감했다. 한국의 수출여건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미중 경제전쟁, 일본 경제보복 등 외풍까지 겹치면서 원화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적정환율 수준을 놓고 논란이 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불거지는 적정환율 수준 공방=환율상승(원화가치 하락)은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경상수지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매달 수출이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환율상승은 가뭄 속 단비 같은 역할을 한다. 시장 일각에서 ‘정부가 환율상승을 용인하고 있다’는 분석을 조심스럽게 제기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올해 원·달러 환율이 1,110원대에서 출발했는데 환율이 상승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눈에 띄는 개입을 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흐름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적정수준을 넘어서는 환율상승은 그야말로 한국 경제에 독배가 될 수 있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국내 주식과 채권시장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해외 투자가들이 ‘탈(脫) 코리아’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서자 외국인들이 투자자금을 조금씩 빼가는 것이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수출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무작정 환율상승을 용인할 수 없는 이유다. 그만큼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 때 이 같은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는 ‘연 7% 성장률’ 달성을 위해 고환율정책을 구사했다. 1기 경제팀이었던 강만수 장관과 최중경 차관(일명 최·강 라인)은 고환율 정책을 밀어붙였다. 시장에서는 1,400원선을 최중경 라인으로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고환율정책은 한국 경제에 독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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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0원이 심리적 저항선 되나=이처럼 적정환율을 단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수출개선이라는 긍정적 측면과 외국인 자금 이탈이라는 부정적 측면을 모두 감안해 균형을 잡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시시각각 변하는 대외 불확실성으로 적정환율에 대한 분석이 무의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다양한 평가방법이 있겠으나 적정환율이라는 것이 상황에 따라 달라지다 보니 요즘 같은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는 분석이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1,250원을 환율의 심리적 저항선으로 분석한다. 1,250원은 지난 2016년 2월 기록했던 전고점 수준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1,250원을 돌파하면 한국 경제에 위기라는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250원을 치고 올라가면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당시처럼 환율 상승이 자본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환율상승보다 더 긴장해야 하는 부분은 높은 변동성이다. 환율 진폭이 커지면 기업들은 장기 자금계획 수립이 어려워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큰 폭의 등락을 보이는 환율로 수출과 수입 시점을 놓고 기업들이 줄타기를 해야 한다. 무역협회의 한 관계자는 “환율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들의 투자지연이 불가피해지고 이는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인하 고민 깊은 한은=통상 ‘적절한 환율은 어느 선인가’라는 논쟁에서 널리 사용되는 개념이 실질실효환율(REER)이다. REER은 세계 60개국의 물가와 교역 비중을 고려해 각국 통화의 실질적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다. 수치가 100보다 높으면 기준연도(2010년)보다 그 나라 화폐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의미고 낮으면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이달 발표한 6월 원화 실질실효환율은 107.71이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실질실효환율은 112.46이었다. 원화가치가 여전히 고평가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적정환율을 둘러싼 논쟁이 불거지면서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환율상승으로 원화가치가 떨어진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경우 원화가치 하락은 더욱 속도를 내게 되고 외국인 자금이탈도 가속도를 낼 수 있다. 이에 맞서 저성장 국면이 확연히 나타나고 있는 만큼 하반기 기준금리를 두 차례가량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환율이 높아진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이 올랐다고 금리를 내리지 못한다면 과연 남은 통화정책은 무엇이 있겠느냐”며 “경기 부진에는 금리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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