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처분인가단지에 분양가상한제를 소급적용한 조치가 또 다른 논란에 휩싸였다. 국토교통부는 분양승인 전 조합원 가치는 ‘단순 기대이익’으로 소급적용해도 재산권 침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앞서 정부는 정반대의 논리를 폈다. 지난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부활시키면서 미실현이익을 재산권으로 보고 분양이 마무리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부담금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분양 전 미실현이익을 재초환에서는 재산권으로 인정해 과세하면서 소급적용을 추진할 때는 단순 기대이익으로 보는 모순이 나타난 것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비사업단지의 분양가상한제 소급적용에 대한 정부의 이 같은 모순을 지적하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시행돼온 재초환은 재건축 이후를 예상해 1인당 개발이익 3,000만원 초과 시 초과금액의 50%를 부담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분양 후 재건축 완공 시 생겨날 초과이익에 대해 현시점에서 부담금을 매기는 것이다. 재초환의 핵심은 분양 전 장래이익을 재산권으로 보는 것이다.
이 같은 논리가 이번 소급적용에서 바뀐다. 박선호 국토부 차관은 “관리처분계획의 예정 분양가는 법률적으로 확정된 재산권으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종전 입장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위헌 여부 등을 분석해봐야 하지만 모순이 있다는 점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이현성 법무법인 자연수 변호사는 “두 제도를 동일한 법리에서 판단할 것은 아니지만 ‘미실현이익’에 대한 논리가 충돌하는 문제는 있다”고 밝혔다. 한편 윤관석 국회 교통위 여당 간사는 이날 상한제에 대해 “정부와 여당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 정책을 만들고 적용해나갈 것”이라며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도 참고자료를 내고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모든 지역에 상한제를 적용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정책 위한 꿰맞추기 논리...“집값 떨어지면 1억 돌려줄 건가”>
# 지난해 5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반포현대아파트’는 재건축부담금으로 조합원당 1억3,500만원을 통보받았다. 정부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따라 재건축으로 얻게 될 이득의 일부를 미리 걷어가겠다는 것이다. 재건축으로 집값이 오른 데 대한 과세라지만 사실 오른 것은 시세일 뿐 집을 팔지 않으면 손에 쥘 수 있는 이익이 없다는 점에서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인 셈이다. 한 조합원은 “부담금을 낸 뒤 집값이 떨어지면 낸 돈을 돌려줄 것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가 재건축단지의 ‘같은 미실현이익’에 재초환과 상한제 소급적용에서 다른 주장을 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재초환에서는 분양 전 이익을 재산권으로 보고 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다. 반면 상한제 소급 적용에서는 법률상 재산권이 아니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헌 여부는 좀 더 세밀히 분석해봐야 한다면서도 규제의 근거가 되는 논리가 모순된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한다.
◇ 규제 필요 따라 해석 바꾸는 정부? =이 같은 법률상 모순에 대해 일각에서는 같은 사안을 두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행정 편의적 접근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 소급 적용에 따른 재산권 침해에 대해서는 ‘기대이익’으로 재산권 침해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 재건축초과이익도 단지 기대이익으로 미실현소득일 뿐인데 여기에는 왜 악착같이 세금을 매기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결과를 정해놓고 논리를 끼워 맞추다 보니 모순이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모순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집값 상승분을 공적 이득으로 공유화하려면 분양가상한제를 하지 말고 재초환만 유지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시행된 재초환은 조합원이 평균 3,000만원 이상의 개발이익을 얻으면 정부가 이익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걷는 제도다. 금전적으로 이득을 보지 않았더라도 수억원의 부담금을 내야 한다. 실제로 이득을 쥔 사람은 없는데도 정부는 분양 전 장래이익에 대해 ‘실현이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사업이 완료된 후에 부과되기 때문에 이익이 실현된 상태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재초환은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정비 업계에 따르면 30여곳이 부담금 예상액을 통보받았다. 재초환 때문에 사업이 중단된 단지도 있다. 한 예로 강남구 대치 쌍용1차는 시공사 선정을 포기하고 사업을 전면 중단했다.
이 같은 재초환과 달리 정부는 소급 적용에서 정반대의 논리를 펴고 있다. 관리처분은 정비사업 단지의 사업이 거의 마무리되는 단계다. 하지만 이번에는 관리처분 시점의 이익에 대해 단순 기대이익으로 보는 것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조합원 입장에서는 추가분담금 계산이 다 끝난 시점에 갑자기 분양가를 다시 정하라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라고 말했다.
◇규제 모순, 조합원 법적 대응 예고=재초환과 분양가상한제라는 규제를 동시에 떠안게 된 재건축조합들은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재초환 시행 때 재건축부담금을 내게 된 단지들은 위헌을 주장하며 헌법소원에 나섰지만 아직 재건축부담금을 내지 않은 상태라는 이유로 대부분 각하됐다. 규제가 정당하다는 게 아니라 재산권 침해가 아직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어서 실제 부담금이 부과되면 다시 한번 줄소송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분양가상한제 소급 적용으로 이중의 부담을 안게 된 단지들은 적극적으로 소송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2014년 이후 헌재에 계류된 서울 한남동 한남연립 재건축조합의 심리 결과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비 업계에서는 정부가 소급 적용으로 내건 ‘공익’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정비 업계 관계자는 “도대체 공익의 범위가 어디까지냐”며 “정부 임의대로 공익의 범위를 정하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전문가들도 재초환과 소급 적용 간 모순이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재산권 침해 등 위헌 여부는 좀 더 세밀히 살펴봐야 하지만 같은 사안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이현성 자연수 변호사는 “‘미실현이익’에 대한 논리가 충돌한다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재초환은 과세의 원리에 관한 문제고 분양가상한제는 재산권 침해에 관한 문제여서 동일한 법리에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특히 우리 판례는 ‘공익적 목적’의 경우 허용 범위를 넓게 본다. 정부가 이런 점에서 상한제 소급 적용을 발표한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