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日보복 약한고리 中企대책 세워라

일본이 고순도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시작하자 당장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 것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소재 확보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녀야 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의 핵심은 소재·부품 등의 국산화, 수입국 다변화 등으로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었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노린 것도 국내 대표기업과 주력산업이요, 우리나라가 마련한 대책의 초점도 국내 대표기업과 주력산업에 맞춰졌다. 그러는 사이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인 중소기업은 일본 경제보복 피해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 결과를 보면 일본 경제보복의 사각지대는 중소기업이다. 일본 제품을 수입하는 300개 중소기업의 절반이 넘는 52.0%가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대한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고 답했다. 화이트리스트 제외 발효 때 경영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본 중소기업은 67.3%, 영향을 받는 시기는 1년 이내가 63.0%였다. 한마디로 중소기업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며 이로 인해 1년 이내 경영에 구체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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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보복에 따른 중소기업의 피해는 이미 현실이 됐다. 본지 보도에 따르면 한 약품전문 기업은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기 한 달 전부터 원료를 수입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수입 원료가 핵무기로 쓰이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할 서류를 달라는 얘기는 적어도 중소기업에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이미 시행됐다는 것을 뜻한다. 정부는 이제라도 일본 경제보복 대책의 중심에 중소기업을 올려놓아야 한다. 이른바 뿌리산업에 대해 더 치밀한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탄탄한 연대를 위한 노력도 더 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소재 국산화 의지를 꺾는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같은 규제도 서둘러 풀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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