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진제(사진) 스님이 한일 양국 정치인에게 대립에서 벗어나기를 촉구하는 교시를 발표했다. 조계종 가장 큰 어른인 종정 스님이 세속, 특히 정치외교 현안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진제 스님은 13일 발표한 교시에서 “한일 양국 정치인은 상대적 대립의 양변을 여의고 원융무애한 중도의 사상으로 자성을 회복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자성(自性)은 본디부터 갖추고 있는 불성(佛性)을 뜻한다.
진제 스님은 “불교는 국가와 민족 구분 없이 동체대비의 자비실현과 사바세계 생명평화를 영구히 보존하는 마지막 보루”라며 “한중일 삼국불교는 한일 양국의 존엄한 안보와 경제를 위해 조석으로 부처님께 정성을 다해 축원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임진왜란 당시 서산·사명·처영 대사가 일본과 화친을 맺어 구국호국한 정신을 이어받아 총무원장 스님은 한중일 불교협의회를 통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달라”고 요청했다.
조계종은 오는 10월 열리는 한중일 불교대회에서도 이러한 교시를 이어받는 평화결의문 채택을 위해 힘쓸 계획이다.
조계종 측은 종정의 교시 발표 배경으로 “그만큼 우리나라를 둘러싼 정세가 심각한 상황이기에 뜻을 모아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낼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는 당부 말씀을 전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계종은 종정 교시에 따라 지난 1일부터 각 사찰에서 진행 중인 ‘한반도 평화통일과 대한민국 번영을 위한 불교도 축원’ 내용을 ‘한반도 평화와 국난극복을 위한 불교도 축원’으로 변경하고 전국 주요 사찰에 현수막을 부착할 방침이다.
조계종은 “향후 불교에서 국난극복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모색해 필요하다면 추가 조치들을 취하도록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