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상승하면 그 상승률의 1.5~2배가량 수익을 낼 수 있는 레버리지 펀드에 최근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미중 갈등 등의 영향으로 국내 증시가 급락하자 지수가 반등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개인투자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계속되는 하락장에 대다수 레버리지 상품은 큰 손실을 내고 있다.
13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71개 레버리지 펀드에 최근 3개월(8월9일 기준)간 총 1조6,485억원이 순유입됐다. 이 중 최근 1개월간 들어온 자금(9,623억원)만 약 1조원에 달한다.
NH아문디코리아2배레버리지에 최근 1개월간 752억원이 들어와 가장 많은 자금이 몰렸고 140억원이 유입된 NH아문디코스닥2배레버리지가 뒤를 이었다. KB스타코리아레버리지2.0에도 89억원이 새로 들어왔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매수세도 강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2일까지 개인은 KODEX레버리지를 2,222억원 순매수했으며 KODEX코스닥150레버리지 순매수액도 1,299억원에 달한다. 이들 두 종목은 이달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 2·3위다.
레버리지 펀드는 지수 상승 대비 약 두 배의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통상 투자자들은 증시가 바닥을 찍고 다시 상승할 것으로 예측될 때 이 상품에 투자하는 경향이 짙다. 최근 레버리지 펀드에 개인 자금이 몰린 것 역시 국내 증시가 곧 반등할 것이라는 데 베팅했다는 의미다. 한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최근 코스피가 2,000선 아래로 떨어지고 코스닥도 급락했지만 곧 회복될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달리 관련 펀드들의 성과는 처참한 상태다. 상승 시에는 고수익을 볼 수 있지만 하락할 경우 그만큼의 손실을 피할 수 없는 레버리지 펀드는 최근 계속된 증시 침체로 수익률이 곤두박질친 것이다. 실제 최근 한 달간 레버리지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4.65%고 3개월간 수익률은 -24.18%에 이른다. 개별 상품 중에서는 한 달간 많게는 -29%, 세 달간 -50%의 손실을 낸 펀드들도 있다.
문제는 증시 사정이 단기간에 좋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다는 점이다. 미중 갈등, 일본 무역보복 등의 여파로 주요 기업들의 실적전망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레버리지 상품에 몰리는 자금 유입세도 예년만 못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즉 침체한 국내 증시가 단기간에 반등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과거보다 크게 늘어난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팀장은 “지난해 코스피가 고점 대비 10% 떨어졌을 때 한 상품에 3~4개월간 1,000억원 넘는 자금이 몰렸지만 최근 3개월간 이 상품에 순유입된 설정액은 130억원 수준”이라면서 “국내 증시가 쉽게 살아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밑바탕에 깔린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