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무역보복에 대한 대응으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유지하되 군사정보 공유를 일시 중단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 주최로 열린 ‘지소미아 폐기인가, 연장인가’ 토론회의 발제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조 위원의 이 같은 제안은 협정의 틀은 유지하되 실질적인 정보공유 활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협정을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 위원은 “한미 관계의 악화를 막으면서 일본의 백색국가 배제에 대한 대응조치의 의미를 내포할 수 있다”며 “또한 한일 관계가 정상화됐을 때 군사정보 공유를 재개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둠으로써 한미일 3각 군사협력의 틀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소미아의 체결 목적은 정보교환이 아닌 정보보호에 있다”며 “우리나라가 원치 않으면 일본에 민감한 군사정보를 제공하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부연했다.
조 위원은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옵션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우선 ‘지소미아를 폐기하고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와 관련해 “한일관계의 추가적 악화가 예상된다”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거부로 받아들여져 한미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소미아를 폐기하되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을 활용할 경우’에 대해선 “인도·태평양 전략 구도에 빠져들지 않고 (한미 간) 기존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바퀴의 중심과 바큇살) 관계의 유지가 가능하지만, 미일이 거부할 경우 사실상 한미일 안보협력 틀의 유지가 곤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지소미아를 자동 연장하는 경우’엔 “국내 반일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 편입 및 한미일 지역동맹화의 위험성도 온존한다”고 관측했다.
함께 발제자로 나선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부교수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기반으로 한 ‘1965년 체제’를 종식을 주장하며 관련한 별도의 새 협의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교수는 “일본의 이번 도발은 1876년 강화도조약을 체결한 이래 한일 불평등조약 체제가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깨우쳐줬다”며 “1965년 국교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도 이를 확실히 불식하지 못했다. 이제야말로 이를 시정하는 외교 대장정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