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불평등의 세대] 권력 장악 386세대가 되레 불평등 키웠다

■이철승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올해 2월 발표한 논문 ‘세대, 계급, 위계-386세대의 집권과 불평등의 확대’를 통해 큰 주목을 받았다. 이 논문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과 양극화의 문제를 세대론적 관점에서 비판했다. 젊은 시절 민주화에 투신했던 386세대가 강력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정치·시장 권력을 장악하면서 불평등의 ‘치유자’가 아닌 ‘생산자’로 군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의 신간 ‘불평등의 세대’는 이 논문의 문제의식을 심화·확장한 저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시카고대 종신 교수로 일하다가 2017년 서강대에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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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실증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386세대에 의해 장악된 한국 사회의 모습들을 하나씩 펼쳐 보인다. 1930년대 후반~1940년대에 출생한 산업화 세대는 1996년 총선에서 전체의 43%에 달하는 입후보자를 내보냈다. 하지만 2004년 총선에서 40%에 근접하는 입후보자를 배출하며 정치권 진출에 시동을 건 386세대는 2016년 총선에 이르러 산업화 세대를 완전히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함께 시장 권력을 대표하는 100대 기업의 이사진 분포를 살펴봐도 2017년 기준으로 386세대는 무려 86%를 차지하고 있다.

특정 세대가 달콤한 권력을 누리는 사이 파견직과 사내 하청을 포함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정의와 평등을 부르짖었던 386세대가 집권한 오늘의 우리 사회는 자본과 정규직 노조가 연대해 비정규직을 착취하는 구조로 흘러가고 있다. 저자는 ‘불평등의 생성 과정을 명확히 이해하게 해주는 안내자 역할을 하는 개념이 세대’라며 ‘다음 세대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는가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말한다. 다양한 통계를 바탕으로 불평등을 생산·묵인·방조하는 386세대의 행태를 꼬집는다는 점에서 지난달 출간된 ‘386 세대유감’의 문제의식과 통하기도 한다. 1만7,000원.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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