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조미대화 어부지리 미련 접어라"...北, 통미봉남 노골화

■北, 文 "평화경제" 다음날 또 미사일 발사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 막말...대남 비난 수위 높여

트럼프 "만남제안 10분만에 金전화" 文입지 좁아져

與 "도 넘은 무례" 北 비판...통일부도 "깊은 유감"

북한의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16일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아랫사람들이 써준 것을 그대로 졸졸 내리읽는 웃기는 사람’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 ‘북쪽에서 사냥 총소리만 나도 똥줄을 갈기는 주제’ 등 ‘막말’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냈다. 평화경제론을 강조하며 대화를 촉구하는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가 나온 지 하루 만에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하고 대남 비난 수위를 높인 것은 북미 실무회담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은 대남 압박을 통해 한미 간에 일종의 이간책을 써서 한국이 미국에서 떨어져 나가게 하려 하는 것”이라며 “한일갈등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정국 등 한국의 안보환경이 불안할 때 남한을 완전히 고립시켜 문 대통령이 미국에 반기를 들게 해 북미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평가된다”고 진단했다.

실제 재선을 최우선 정책 순위에 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협상의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눈감아주는 것을 넘어 혈맹인 한국이 아닌 적국인 북한을 편드는 등 한미동맹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이날 발사체를 미사일로 규정하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통미봉남 정책에 따라 비핵화 협상에서 문 대통령의 입지도 갈수록 줄어드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6월에 있었던 판문점 북미정상회동과 관련해 “김정은에게 만남을 제안한 지 10분 만에 그가 전화를 걸어왔다”고 밝혔다. 이는 문 대통령이 1·2차 북미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중재했던 것과 달리 핫라인을 통해 북미가 직접 소통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북한은 남측과 다시 마주앉을 생각이 없다며 남북정상회담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북미대화 기조는 이어갈 뜻을 밝혔다. 조평통 대변인은 이날 담화에서 “남조선 당국이 이번 합동군사연습이 끝난 다음 아무런 계산도 없이 계절이 바뀌듯 저절로 대화 국면이 찾아오리라고 망상하면서 앞으로의 조미(북미)대화에서 어부지리를 얻어보려고 목을 빼 들고 기웃거리고 있지만 그런 부실한 미련은 미리 접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미국과 직거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연이은 대남 도발에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던 정부 여당은 이날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북한의 과격한 표현에 이례적으로 ‘도를 넘은 무례’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이날 “북한이 우리 민족의 최대 경사인 광복절 다음날 우리에 대해 험담을 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체에 대해 “우리는 고도별로 미사일 공격을 막는 요격 무기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우인·송종호기자 wipark@sedaily.com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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