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뒷북정치]“수험생 심정 우리도 안다” 추가합격 노리는 비례대표 후보들

7개월 임기, 20대 국회 막차 36세 정은혜

'당선권 순번' 들기 위해 물밑 전쟁

비례대표 레전드, '2번' 셀프 공천 김종인

"당원 줬으니 우리 몫 비례 달라" 요구도

주미대사로 지정된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의원직을 승계 받게 된 정은혜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주미대사로 지정된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의원직을 승계 받게 된 정은혜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



단 7달.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미 대사 지정으로 의원직을 승계 받게 된 정은혜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에게 주어진 국회의원 임기다. 혹자는 7개월 ‘시한부 임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따지고 보면 이는 아주 운 좋은 사례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총 34명에 비례대표 순번을 배정했고 이 중 13명이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총선 이후 남은 21명의 후보는 대기표를 받아들고 각종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대학 입시로 치면 정시 합격 발표 이후 예비 번호를 받고 추가 합격 자리가 나길 기다리는 셈이다. 그렇게 20대 국회 들어 민주당에서는 심기준·이수혁 의원이 차례로 추가 합격의 기쁨을 누렸다. 심기준 의원 (14번), 이수혁 의원 (15번)은 각각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탈당, 문미옥 전 의원의 대통령 과학기술보좌관 임명으로 의원직을 승계 받았다.

김종인 전 의원김종인 전 의원


◇“당선권에 들어야 금배지”… 눈치싸움 하다 통한의 눈물

비례대표는 상위 순번을 받을 수록 당선권에 가깝다. ‘이번에는 비례대표 몇 번까지 당선될까?’가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당선권’이 아니라 생각하면 일찍이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당선권에서 한참 떨어졌다 생각해 “후 순위를 줄 거면 차라리 이름을 빼라”고 항의했다가 뜻밖의 결과로 당선자가 늘어나 통한의 눈물을 흘린 이들도 있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비례대표 후보 순번을 결정하던 때 국민의당 지지율은 역대 최저점을 찍고 있었다. 이에 당 내부에서는 비례 순번 5번까지를 당선 안정권으로 예측했다. 5위 안에 들지 못한 이들은 갈등 끝에 지도부에 “후 순위를 줄 거면 차라리 이름을 빼달라”고 했고, 논란 끝에 비례대표를 포기했다. 이들은 대체로 안철수 당시 상임공동대표 측과 갈등을 빚던 천정배 공동대표 측 인사들로 상당수가 5번~10번 초반대의 번호를 부여 받았다. 그러나 선거 후반부에 갑자기 녹색 돌풍이 불기 시작했다. 이에 당선자는 13번까지 늘어났고, 비례대표를 지레 포기해버린 이들은 자신들의 성급한 결정에 거의 손에 들어온 금배지를 놓쳤다.


김종인 전 의원도 비례대표 이야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공천 과정에서 자신을 비례대표 2번으로 낙점한 것을 두고 ‘셀프공천’ 논란에 휩싸이는 등 친문 진영에서도 반발이 일자 대표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뒀고, 당시 양산 자택에 머물된 문재인 전 대표가 급거 상경해 그를 설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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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다음엔 우리 몫 순번 꼭 주셔야 합니다”

지난 5월 한국외식업중앙회장이 지난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면서 공개적으로 내년 총선 비례대표 자리를 요구해 논란이 일었다. 제갈창균 한국외식업중앙회장은 지난 5월 28일 민주당 지도부와 한국외식업중앙회 임직원 간 정책 간담회에서 돌발 발언을 했다. 그간 민주당을 지지해온 한국외식업중앙회 몫으로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를 배정해야 한다는 요구였다. 제갈 회장은 “2016년도 비례대표를 우리 단체가 신청했고 새벽까지 운동해서 (비례대표 순번에서) 12등을 했는데 결과 발표는 28등으로 조정했더라”며 “정말 기만을 당하고 정치 세계가 눈속임을 하고 배반하는가 하는 감정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를 앞세워서 필요할 땐 부르고 그렇지 않을 땐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지난번 대통령 선거 때도 20만명 진성 당원을 만들어서 국회에서 기자회견도 하고 5대 일간지에 1억 원을 들여서 지지 성명을 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 당에 결코 버림받을 수가 없다. 내년 4월 15일 비례대표를 꼭 주셔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시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채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던 이 대표는 다음 날인 29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앞으로 정책 투어 간담회를 할 때 사전에 협의해서 정치적 주장이 나오지 않도록 준비를 잘 해주길 바란다”며 “정책간담회에서 정치적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적절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후 선거관리위원회는 제갈 회장의 발언이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하는 선거 운동 관련 이익을 요구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대전지검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하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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