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은 지난 14일 7월 고용동향을 발표했습니다. 취업자 수가 2,738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29만9,000명 늘어난 것으로 나왔죠. 지난해 1월 33만4,000명 이후 무려 1년6개월 만에 취업자 수가 가장 많이 늘었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를 두고 “취업자 수 증가 폭이 30만명대 수준에 육박한다”면서 “청년 고용 회복세, 상용직 큰 폭 증가 등 고용의 질도 개선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우리 경제의 허리인 30~40대, 제조업의 취업자 수 감소세를 언급하며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고는 했지만, 전반적인 평가는 고용 흐름이 회복되고 있다는 데 방점이 찍혔습니다. 하루 전 문재인 대통령이 “일자리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고 말한 것과 같은 인식입니다.
정말 고용의 질은 개선되고 있고, 고용 흐름이 회복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우선 1년 6개월 만에 최대라는 취업자 수 증가 폭 29만9,000명 자체입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최악의 상황은 벗어난 걸로 보입니다. 지난해 취업자 수가 9만7,000명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요. 그렇지만 29만9,000명이 늘었다는 비교 대상 시점은 1년 전인 2018년 7월입니다. 이때는 취업자 수가 고작 5,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던 때입니다. 30만~40만명씩 늘던 취업자 수가 불과 5,000명에 그치면서 ‘고용 쇼크’라는 말이 나왔을 때입니다.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연령대별로도 취업자 수를 보겠습니다. 20대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만8,000명 늘었습니다. 반면 30대와 40대는 각각 2만3,000명과 17만9,000명 줄었습니다. 한국 경제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3040 세대 취업자 수 동반 감소는 지난 2017년 10월부터 시작돼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50대는 11만2,000명, 60세 이상은 37만7,000명 증가했습니다. 놀이터 지키기, 공원 쓰레기 줍기 같은 단기 노인 일자리를 양산한 게 60세 이상 일자리 수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전체 일자리가 7월에 29만9,000명 늘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3040 일자리가 줄어든 것(-20만2,000명) 이상으로 5060 일자리가 늘어난(+48만9,000명) 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정부 말대로 노인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고령층 취업자 수가 늘어난 측면이 있는 만큼, 그렇다면 정부도 29만9,000명 취업자가 늘어난 것을 두고 “고용이 회복됐다”고 하는 것은 다소 낯뜨거운 자화자찬이라는 말입니다.
그나마 증가한 일자리는 어떤 일자리일까요.
산업별로 구분해보면 나랏돈이 투입된 산업 중심으로 취업자 수가 늘었습니다. 대표적인 게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입니다. 이 산업 취업자 수는 14만6,000명 크게 늘었습니다. 반면 대표적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은 9만4,000명 줄었습니다. 제조업 취업자 수가 감소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16개월 연속입니다.
취업 시간대별로도 취업자 수 증감을 볼 수 있는데, 주 1~17시간 일하는 초단기 일자리 취업자 수만 28만1,000명 늘었습니다. 18~35시간도 22만3,000명 늘었고요. 취업자 수가 전체적으로 크게 늘긴 했지만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초단기 알바 자리가 양산되면서 나타난 결과로 볼 수도 있는 대목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아침에 출근해서 오후에 퇴근하는 식의 일반적인 일자리가 일자리가 늘어난 게 아닐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36시간 이상 일하는 취업자 수는 25만명 줄었습니다. 전체 취업자의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1년 전보다 0.7시간 단축됐습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지난해 고용 대란을 일으켰던 정부로서는 이제 고용 시장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됐다는 걸 강조하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양질의 일자리가 생겨나 취업자 지표가 안정적으로 나타난 게 아니라는 건 정부가 더 잘 알 겁니다. 재정을 쏟아 부어 일자리 지표를 ‘마사지’하며 왜곡시킬 게 아니라, 경제 활력을 되살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고용을 늘리고 그래서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도록 정책 역량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