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식에 이어 해외 채권 직구가 인기다. 그동안 브라질 국채 투자가 활발했지만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자산가들이 달러화 표시 해외채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수익률이 낮아진 미국채 대신 골드만삭스, 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기업의 회사채나 달러화 표시 브라질 국채 및 우량 한국 기업의 채권(KP물)도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2·4분기에는 달러화 표시 채권 거래 건수가 4,20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1·4분기 3,213건에 비해 30%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3·4분기와 4·4분기 거래 건수는 각각 1,774건과 1,894건으로 올 들어 증가세가 가파르다. 지난 7월에도 달러화 표시 채권 거래량은 1,274건에 달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거래 단위가 수백억원에 달하는 국내 기관투자자 외에 수억원 단위로 거래하는 개인이 늘면서 거래 건수도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동안 개인자산가들은 고금리와 세제혜택이 있는 브라질 국채에 주로 투자했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달러화 자산에 관심이 늘면서 미국 채권에 투자 사례가 늘었으며 올해는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게 증권사 PB들의 설명이다. 김진곤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강북센터 상무는 “미국 주식이 고점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달러 표시 채권으로 관심이 넘어가고 있다”며 “다만 미 국채는 수익률이 낮다 보니 수익률이 연 3~4%인 우량 회사채 수요가 강하다”고 전했다.
지난해에는 애플 채권이 인기를 끌었고 최근 들어서는 미국 금융기업이나 통신기업들까지 거래가 활발하다. 특히 요새는 골드만삭스,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알리안츠, 악사, 스탠다드앤차타드, HSBC 등과 같은 글로벌 금융회사 채권이 가장 ‘핫’하다. AT&T, 컴캐스트처럼 신용도가 다소 떨어지는 미 네트워크 회사들도 성장성은 낮지만 현금 창출력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최근에는 소프트뱅크, 텐센트, 알리바바와 같은 글로벌 IT기업의 달러 표시 채권을 찾는 수요도 있다. 김선익 NH투자증권 채권상품부 대리는 “해외 채권은 PB들이 추천하기도 하지만 자산가들이 알아서 증권사에 사달라고 요청한다”며 “기존 인기가 많던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우량 채권의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BBB+ 채권까지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신용등급이 좋은 우량 회사채의 경우 수익률이 3~4%이며 만기가 길수록 수익률이 높아진다. 골드만삭스 채권의 경우 2025년 만기물은 수익률 2.787% 선이며 2045년 만기물은 4%가 조금 넘는다. 골드만삭스 영구채의 경우 수익률이 5%까지 올라간다.
브라질 국채도 헤알화표시 채권 외 달러화 표시 채권도 거래가 늘고 있다. 6~7%의 헤알화표시채에 비해 수익률이 떨어지지만 환율 안정성이 높아 자산가들이 좋아한다. 2026년 4월 만기 달러화 표시 브라질 국채의 경우 최근 2.992% 선에 거래됐다. 인지도 높은 글로벌 기업의 채권도 자주 거래된다. 최근 가장 거래가 많이 된 종목 중 하나가 소프트뱅크 영구채다. 표면금리가 6.875%로 6개월마다 쿠폰을 지급하는 이 채권은 액면가 이하에 거래되면서 수익률이 7.1%선까지 올라갔다.
한국 기업들이 발행하는 달러표시채(KP물)도 인기다. 우리은행, 기업은행, 농협은행, 한국전력, 대한항공 등의 채권이 대표적이다. 이달 초 거래가 기준 수익률은 2050년 만기 기업은행채는 4.2%, 2027년 만기 한전채는 3.3%였다.
다만 해외 채권은 거래 단위가 최소 10만~20만 달러여서 투자 접근성이 떨어진다. 또 최근 들어 달러 값이 고점을 찍은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김진곤 상무는 “기존에 달러화 자산이 없다면 자산배분 차원에서 장기채 중심으로 투자를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조수정 한국투자증권 PB는 “헤알화 표시 브라질 채권이나 미 국채는 1,000만원 단위로도 거래가 가능하지만 달러화 표시 회사채는 최소 거래 단위가 1억을 넘어서 자산가가 아니면 투자하기 힘들다”며 “소액 투자자들은 해외 채권 ETF 등을 통해 대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