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에 이어 원플러스까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잇따라 TV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이 급락하면서 진입 장벽이 낮아진데다 선봉장에 선 샤오미가 중저가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이 깊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 15일 첫 TV 제품 ‘아너 스마트 스크린’을 출시했다. 화웨이는 공식 웨이보를 통해 “예약 구매 수량만 10만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오포의 자회사인 원플러스도 다음달 TV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화웨이와 원플러스는 각각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 8위 업체다. 3위 업체인 비보도 발광다이오드(LED) TV를 공개한 바 있다.
가장 먼저 TV 사업에 진출한 샤오미가 세계 최대 규모의 중국 내수시장을 빠르게 잠식한 것이 이러한 결정의 배경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샤오미는 2·4분기 중국 TV 시장 점유율(판매 대수 기준) 21%로 1위를 기록했다. 중국에서 단일 브랜드로 점유율 20%를 넘어선 것은 2009년 4·4분기 중국 하이센스(21.1%) 이후 10년 만이다. 샤오미는 1·4분기 세계 2위 TV 시장인 인도에서도 39%의 점유율로 타 제조사를 압도했다.
갈수록 싸지는 LCD TV 패널 가격도 TV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55인치 LCD 패널 평균 가격은 2017년 개당 152달러에서 올 1월 143달러로 하락한 데 이어 7월에는 119달러로 급락했다. 생산능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는 중국 패널 업체 입장에서도 새로운 수요처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넷플릭스 등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대중화로 TV가 ‘거대한 스마트폰’처럼 돼가고 있고 스마트폰 사업을 통해 쌓은 브랜드 인지도와 탄탄한 유통망 또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5세대(5G) 이동통신으로 각종 기기와 가전이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생태계에서 스마트폰과 함께 TV를 ‘허브’로 활용할 여지도 있다. 위청둥 화웨이 소비자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스마트 스크린은 스마트폰과 더불어 젊은이들 생활의 ‘쌍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TV 업체들도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샤오미처럼 중국·인도 등 중저가 시장을 장악하면 글로벌 점유율도 덩달아 높아져 다른 시장에 진출하는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샤오미는 1·4분기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 5.2%로 5위권에 들어 일본 소니·샤프 등을 제쳤다. 샤오미는 이를 바탕으로 6월 러시아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유럽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겨냥하는 시장이 다른 만큼 중국 업체들이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화웨이의 4K 55인치 TV 고급형 모델 가격이 4,799위안(약 83만원)인 반면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 등 국내 제조사들은 2,500달러(약 30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시장을 주 무대로 삼고 있다. TV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많은 중국 TV 업체 중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 있는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은 TCL·하이센스뿐”이라며 “영상처리 기술 등의 노하우도 단시간에 쌓기 어려운 만큼 국내 업체들의 경쟁 상대가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