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아디치에 "페미니즘은 '남혐' 아닌 정의구현 운동"

<나이지리아 작가 아디치에 '보라색 히비스커스' 국내출간 간담>

나이지리아 소설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소설 ‘보라색 히비스커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나이지리아 소설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소설 ‘보라색 히비스커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에게 페미니즘은 ‘남혐’이 아닌 정의구현 운동입니다. 여성이 소외당해 왔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 불평등한 상황을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페미니즘 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사진)는 19일 서울 중구 프라자 호텔에서 열린 소설 ‘보라색 히비스커스’ 국내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기회나 권리를 갖지 못한다면 이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다”며 “남성 역시 사회적 기준에 의해 억압당하는 측면이 있는 만큼 페미니스트가 됐을 때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아디치에는 “가벼운 예로 성평등이 이뤄지면 데이트 비용도 더치페이를 하면서 남성들이 부담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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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치에는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엄마는 페미니스트’ 등을 잇달아 발표하며 주목받았다. 또 ‘태양은 노랗게 타오른다’ ‘숨통’ ‘아메리카나’ 등 발표 작품마다 극찬을 받으며 영미권 문단에서 ‘아프리카 문학의 거장 치우나 아체베의 21세기 딸’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의 데뷔작 ‘보라색 히비스커스’는 나이지리아 상류층 가정의 십 대 소녀가 가부장제에 억압당하다 정신적으로 독립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그는 “데뷔작이다 보니 자전적인 내용이 아니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며 “작품 속 폭력적인 아버지는 저의 아버지가 아니다. 아버지가 오해를 받는 게 미안하다”고 전했다. 아디치에는 이어 “이 소설을 통해 종교가 얼마나 복잡한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며 “종교의 이름으로 나름 옳은 일을 하더라도 잘못된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미투나 탈코르셋 운동에 대해 진보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동안 성폭행 피해자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폭로하기를 주저했지만 이제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미투 운동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가히 혁명적이다”고 말했다. 또 아디치에는 자신도 나이지리아에서 페미니스트라고 ‘커밍아웃’했을 때 ‘나이지리아의 악마’라고 불렸던 경험을 떠올리며 탈코르셋 운동은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다양성과 선택권을 넓히는 위대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아름다움은 다양해야 하고, 외모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운동이라는 것이다. 그는 “화장과 패션에 관심이 많다”며 “탈코르셋 운동의 일환으로 화장품을 부수는 장면을 봤는데 그 화장품을 가지고 싶었지만 그들을(여성활동가들을) 존경하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K뷰티를 비롯해 K스타일에 관심이 많은 아디치에는 남은 한국에서의 일정은 쇼핑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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