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끔찍한 악행은 다시는 없어야 합니다.”
샹그릴라호텔 체인 등을 소유한 말레이시아 갑부 로버트 쿠옥(95·사진)이 지난 16일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말레이시아의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의 만행을 증언했다. 쿠옥씨는 설탕정제업을 비롯한 부동산·농장·호텔·물류 등 다방면의 사업에서 부를 일궈 올해 3월 포브스 추산으로 128억달러(약 15조5,000억원)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
“젊은 세대가 역사를 알았으면 좋겠다”며 입을 연 쿠옥씨는 자신이 살았던 조호르바루에서 50㎞ 떨어진 ‘울루티람’이라는 마을에서 일본인들이 유라시아인들을 학살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침략한 뒤 유라시아인 80∼90명이 가톨릭성당이 있는 울루티람 마을로 피신했다”며 “어느 날 일본군이 유라시아 소녀들을 만져 항의했더니 며칠 뒤 일본군들이 몰려와 모두 죽였다”고 말했다. 이어 “내 학교 선생님을 포함해 내가 알고 있던 15∼20명이 한꺼번에 죽임을 당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제강점기에 많은 살인이 자행됐다며 조호르바루의 중국학교에 같이 다녔던 반 친구들도 살해됐다고 말했다.
쿠옥씨는 ‘말레이시아는 영국의 식민지배에서 해방해준 일본에 감사해야 한다고 말하는 일본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믿고 싶어하는 것을 바꿀 수 없기에 할 말이 없다”고 답한 후 “나는 일본 기업과 함께 일했고 일본의 친구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이 멍청한 행동을 반복하지 않고 이런 끔찍한 악행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