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지난 1970년 뉴욕타임스 매거진 칼럼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이라고 썼다. 기업의 목적은 오로지 수익을 많이 올리는 데 있다는 뜻이다. 프리드먼 이후 수십년간 미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의 목적은 수익창출을 통한 주주 이익 극대화였다.
자본주의의 심장인 미국에서 ‘기업=주주 이익 극대화’라는 명제가 깨졌다. 이익뿐 아니라 직원과 거래처·지역사회에 대한 헌신 등을 더 중요한 가치로 보게 된 것이다.
19일(현지시간)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미 주요기업 최고경영자(CEO) 모임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은 “더 이상 주주에게 더 많은 이익을 줄 것이냐 아니냐를 근거로 (의사) 결정이 이뤄지면 안 된다”며 기업의 목적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기업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 △직원들에 대한 투자 △협력사와 공평하고 윤리적인 거래 △지역사회 지원 △주주들에게 장기적 차원의 이익 제공 등 다섯 가지를 약속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들은 기업의 유일한 의무가 주주들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라는 이론을 수십년간 지지해왔다”며 “미국 최대 기업 수십곳의 CEO가 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중대한 철학의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변화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권의 이익 및 보상체계가 문제시된데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을 중심으로 경제 불평등과 불공정거래 문제가 계속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임금 불평등과 근로조건 같은 불만에 직면한 CEO들이 오래된 기업 경영원칙을 바꾸기로 약속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날 성명이 단순한 선언에 그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버니 샌더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실행에 옮길)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주요 기업 CEO들이 공개적으로 성명을 낸 만큼 최저임금이나 급여체계 변경, 환경보호 강화 같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날 성명에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과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애플의 팀 쿡,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브라이언 모이니핸, 제너럴모터스(GM)의 메리 배라 등 총 181명의 CEO가 참여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