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에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고 탄력을 잃는 동맥경화가 혈관 외벽도 악화시킨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김세화 나노바이오측정센터 책임연구원팀은 동맥경화 진행에 따라 혈관 주변 지방조직이 응집하게 되는 현상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는 혈관 외벽 변화를 통해 혈관 내부 상태를 평가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우선 혈관 주변 지방조직 고유의 3D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비선형광학현미경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 혈관을 구성하는 지방·콜라겐·엘라스틴 등을 화학적 처리 없이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혈관 주변 지방조직은 건강한 혈관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가설이 최근 학계에 제시됐으나 흐물흐물한 형태인데다 화학적 염색 처리가 어려워 들여다보기 힘들었다.
연구팀은 비선형광학현미경으로 혈관 주변 지방조직을 자세히 살핀 뒤 동맥경화 심화 정도에 따라 혈관 외벽도 함께 변화한다는 것을 규명했다. 동맥경화 발병 초기에는 혈관 주변 지방조직이 갈색지방으로 변한다. 에너지 소모를 높여 동맥경화로부터 혈관을 보호하려고 애쓴다. 차츰 시간이 지나면 동맥경화 혈관 안쪽 부위와 인접한 지방조직이 악화하고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혈관 외벽 악화는 ‘형질전환 성장인자-베타(TGF-β)’가 관여해 혈관 주변 지방조직 섬유화를 유도하고 규칙적인 지방 배열이 깨지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김세화 책임연구원은 “혈관 외벽이 단순 지지대 역할에서 벗어나 혈관 내부 질병까지도 조절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 논문은 지난 19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 온라인판에 실렸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