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특권 동원 지름길로…대입 공부에 무력감"

수능접수 첫날 수험생들 분통

2020학년도 수능 원서 접수가 시작된 22일 오후 서울 강서양천교육지원청에 원서 접수 알림판이 붙어 있다. /이희조기자2020학년도 수능 원서 접수가 시작된 22일 오후 서울 강서양천교육지원청에 원서 접수 알림판이 붙어 있다. /이희조기자



“금수저면 ‘SKY’ 정도는 그냥 가나 봐요. 지금까지 부모님이나 집안을 원망한 적이 없었는데 최근 뉴스를 보고 처음으로 무력함을 느꼈어요.”


2020학년도 수학능력시험(수능)의 원서 접수가 시작된 22일 서울 강서구에서 만난 삼수생 김경훈(20)씨의 말에는 억울함이 묻어났다. 현역 수험생 때 고등학교 내신 위주로 평가하는 수시전형에 한 번 지원한 후로는 정시 대비를 위해 수능 공부에만 몰두했다는 김씨는 “고위층 자녀가 쉽게 명문대에 간다는 것은 생각만 해봤지 여태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며 “하지만 이번 ‘조국 사태’에서 딸의 입시 비리 의혹을 다룬 뉴스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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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씨의 대학·대학원 입시와 논문, 장학금 등에 관한 의혹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수능이 본격화되면서 대입 수험생들을 더욱 자극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들은 조씨가 한영외고 재학 시절 단국대 의과대학 논문에 제1저자로 등재됐고 수시전형을 통해 이 논문으로 고려대에 입학했다는 부정입학 논란에 특히 동요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재수학원에 다니는 재수생 심모(19)양은 “고등학생이 의대 논문에 이름을 올리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이라며 “보통 학생들에게는 논문은커녕 수시로 명문대에 가는 것도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등학교 3학년생 신수현(18)군도 “조 후보자의 딸이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났어도 고려대에 입학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 성북구의 한 재수학원에서 만난 박현민(21)씨는 “이번 논란을 보면 정유라 사건 때보다 더 심각한 듯하다”며 “대입은 공정한 경쟁 속에 치러진다고 생각했는데 금수저로 태어난 사람들은 몇 발 앞서 있는 모습을 보며 박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준호(20)씨도 “눈을 뜨자마자 등원해서 밤10시가 돼야 집으로 돌아온다”며 “이렇게 열심히 해도 특권을 동원해 앞서 가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어이가 없고 황당할 따름”이라고 허탈함을 표했다.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도 분통이 터지기는 마찬가지였다. 고3 자녀를 둔 이모(47)씨는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려고 노력했는데 조국 사태를 보니 한숨이 나왔다”며 “다른 세상 이야기를 보는 기분이었다”고 털어놨다. 자녀가 재수 중이라는 박은미(50)씨도 “부모의 지위가 높으면 자녀가 명문대에 가는 것은 놀랍지도 않은 일”이라면서도 “될 수만 있다면 자녀를 ‘SKY’에 보내려고 하는 이 사회가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희조·허진기자 love@sedaily.com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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