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따뜻한 시장경제 외친 교육 산증인

■송자 전 연세대 총장 별세

교육부장관 경험살려 사회공헌활동

발전기금 첫 도입...세일즈 총장 불려

1997년 국민훈장 무궁화장 받기도

26일 연대 루스채플서 장례 예배

송자 전 연세대 총장./사진제공=연세대송자 전 연세대 총장./사진제공=연세대



“평등교육만 고집하면 빌 게이츠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같은 인재를 길러내지 못합니다.”

창의적 인재 양성과 따뜻한 시장경제를 위해 한평생을 바친 송자(사진) 전 연세대 총장이 지난 22일 오후 별세했다. 향년 83세.

1936년 대전에서 태어난 송 전 총장은 연세대 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대에서 경영학 석박사를 받았다. 코네티컷대 경영대학원 교수를 거쳐 1976년 모교 경영학과 교수로 부임한 송 전 총장은 전공인 회계학 분야에서 두드러진 연구업적을 쌓았다. 국내 현대 회계학 교과서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회계원리’ 등 다양한 교과서를 저술했다.


1992년 제12대 연세대 총장에 취임한 송 전 총장은 대학 운영에 경영개념을 도입해 다양한 혁신을 시도했다. 대외협력처와 입학관리처를 설치하고 신체검사를 없앴다. 또 농촌 아이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농촌학생선발제를 도입했고 교수사회의 반발을 무릅쓰고 교수평가제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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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송 전 총장은 국내 대학 최초로 학교발전기금 개념을 도입해 ‘세일즈 총장’으로도 불렸다. 대학이 성장하려면 새로운 자원이 필요하다는 지론에 따라 직접 기업체를 돌며 학교발전기금을 모았다. 총장 선거 당시 제시했던 목표 500억원의 세 배가량인 1,500억원을 모금해 대학 발전의 기틀을 다졌다. 이후 명지대·한국사이버대 총장을 역임하고 2000년 김대중 정부 때 교육부 장관에 임명됐으나 자녀의 이중국적 문제로 24일 만에 사퇴했다.

송 전 총장은 자율과 경쟁을 중시한 시장경제주의자였다. 2004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송 전 총장은 “나는 오래전부터 교육도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해왔다”며 “학교와 재단의 재량권을 넓혀줘야 뒤떨어진 학교는 자연 도태되고 가르치는 사람도 분발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쟁과 성장을 중시하면서도 양극화 같은 시장경제의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해 기부와 사회공헌활동이 활발해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를 몸소 실천했다.

2001년 교육미디어 회사인 대교그룹 회장에 취임해 경영자로 변신한 송 전 총장은 대학 총장과 교육부 장관으로 일한 경험을 살려 사회공헌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였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 주도한 아동안전 캠페인인 ‘세이프티 키즈 코리아’ 프로그램의 경비를 전액 지원했고, 국내 자폐증 아동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후에도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 미래’ 이사장과 한국가이드스타 이사장, 월드비전 이사 등을 지내며 기부문화 확산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1997년 교육발전에 헌신해온 공로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1998년 자랑스러운 연세상경인상, 2003년 자랑스러운 동문상도 수상했다. 빈소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연세장례식장이며 장례는 학교장으로 치러진다. 장지는 경기도 여주 남한강 공원묘원이다. 장례 예배는 26일 오전8시 연세대 루스채플에서 진행된다.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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