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은 궁금한 게 있으면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격이다. 한 예로 서민금융을 다루는 책임의식 때문에 지하철역에 붙어 있거나 재래시장 통로·인도 위에 뿌려져 있는 명함 크기의 일수대출 광고 전단지를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한 장 한 장 주워 일일이 적혀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어 이자율을 확인해본다고 한다.
이 원장은 “전단지에는 이자율이 5일에 20%라고 적혀 있는데 연리로 따져보면 무려 1,460%에 달하는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5일 만에 갚으면 되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에 200만~300만원을 빌렸다가 나중에 연체돼 원리금이 수천만원으로 불어나는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또 ARS로 운영돼오던 서민금융 1397 통합콜센터에 직접 전화를 걸어본 후 상담사가 직접 상담하는 시스템으로 확 바꿨다. 이 원장은 “실제 전화를 걸어보니 전자음성이 뭐는 몇 번, 뭐는 몇 번 하는 식으로 안내를 하고 상담사와는 바로 연결이 안 돼 답답해서 상담사가 직접 응대하는 식으로 다 뜯어고쳤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또 조선 시대에도 채무조정제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하기 위해 매일 모바일로 조선왕조실록에서 관련 사료를 찾고 외운다. 다 외우지 못하는 것은 메모장에 일일이 기록해 길을 걷다 잠시 들여다보면서 암기한다고 한다.
이 원장은 채무조정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조선왕조실록을 자주 인용하는데 “세종실록 14년 3월19일자를 보면…”하는 식으로 굉장히 구체적이다. 이렇다 보니 듣는 사람도 신뢰를 하게 된다.
이 원장의 또 다른 중요한 임무는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금융교육이다. 이 원장은 “대학생들도 ‘5일에 20%’라는 문구가 뜻하는 정확한 연리를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경제원론 수준의 금융교육은 추상적이고 딱딱하게 다가가기 때문에 아주 쓸모 있는 금융정보만 알려주는 식으로 강연을 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청년주택청약예금은 연 금리가 3.4%로 높은데다 나중에 아파트 청약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무조건 가입하라고 권하는 식이다. 그는 “가급적 연체를 줄여 신용등급을 잘 관리하고 청년주택청약예금 같은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저축상품을 찾아 소액이라도 저축하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미 지방의 조선대와 강원대 등 대학 11곳에서 강연할 정도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군까지 금융교육 대상을 확대했다. 이를 위해 진흥원은 올 7월 육군본부와 육군 장병의 신용상담 및 금융교육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군 장병이 성공적으로 사회에 복귀하려면 계획적인 소비나 저축습관이 미리 자리 잡혀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청년층이 금융을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보드게임 교구재와 동영상 콘텐츠도 개발했다. 이 원장은 “대학생 금융특강을 통해 직접 대학 현장을 다니다 보니 청년의 실생활에 필요한 맞춤식 금융교육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꼈다”면서 “청년들이 직접 체험하고 흥미롭게 배울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 또한 새로운 정책금융상품 출시를 앞두고 분주하다. 금융위원회는 저신용자가 고금리 대부업이나 사금융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대안상품인 ‘햇살론17’을 오는 9월 출시할 예정이다. 연 17.9%의 금리가 적용되며 한도는 700만원이다. 기존 서민금융상품과 달리 신용도 등에 따라 금리·한도를 차등화하지 않고 최소한의 요건만 통과하면 동일 조건으로 빌려준다. 진흥원은 햇살론17의 출시에 앞서 구체적인 운영방향을 마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