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지역 사법수장을 만나다] 이승훈 춘천지방법원장 "법원장도 판사…재판 참여해 업무 나누죠"

공동체 정신·주인의식 고양

권위 버리고 먼저 다가가야

책임조정위원제도 4월 도입

주민간 분쟁 직접해결 유도




“법원장도 여러 판사 중 한 명이라는 점에서 일주일에 5건씩 직접 재판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법원장부터 권위를 버리고 법원 내 공동체 의식을 고양하는 게 목표입니다.”

사실상 강원권 사법을 총괄하는 이승훈(58·사법연수원 17기·사진) 춘천지방법원장 26일 강원 춘천시 춘천지방법원 집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실추된 사법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관용과 배려를 통해 법원 내 공동체 정신 확산과 주인의식 고양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법원장은 특히 강원권은 공업 시설이 드물고 농업 위주로 산업이 이뤄져 아직은 법인 간 또는 금융 분야 같은 첨예한 대립하는 사건이 적은 탓에 지역민들이 법원에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법원 직원들부터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어야 하고 법원장의 솔선수범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네려고 노력하는 등 권위를 내려놓으려 한다”며 “직원들이 법원에 주인의식이 있어야 의욕이 생기고 국민들에게도 잘 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 법원장의 솔선수범 정신은 그가 전국에서도 드문 ‘재판하는 법원장’이란 점에서도 드러난다. 사건은 날로 밀려드는 데 판사 수는 부족하다 보니 법원장 스스로 직접 업무 분담에 나선 것이다. 이 법원장은 수요일 오후(3건), 금요일 오전(2건) 등 일주일에 이틀 동안 5건의 재판에 참여한다. 그는 “재판에 참여하는 시간 외에도 사건 기록을 검토하고 조정 서류를 작성하는 등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며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사건 기록을 보고 있었을지 모른다”고 웃음을 보였다.


지난 2월 취임한 이 법원장은 4월에 지역주민의 법률서비스 강화를 위해 책임조정위원제도를 만들었다. 이를 위해 조정 담당 법관을 기존 조정전담 평판사 1명에서 본인과 수석부장판사, 부장판사 등을 더해 총 4명으로 늘렸다. 민사 사건을 판사가 직접 개입해 결정하기보다 당사자들이 용서·화해 과정을 거쳐 직접 해결하는 방식을 적극 유도하기 위해서다. 판사별로 2~3명씩 배정된 책임조정위원은 변호사, 법무사, 전직 교사, 사업가 등 지역 사회에 덕망과 경륜을 인정받는 인물들로 구성했다. 책임조정위원들은 최종 조정에 앞서 당사자들을 설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법원장은 “민사 결정보다 조정을 끌어내는 게 법원 입장에서도 수월한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그에 앞서 당사자들끼리 큰 앙금을 남기고 법원 결정을 원망하게 되는 정식 민사 재판보다 조정의 결과가 후유증이 더 적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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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원장이 사법 신뢰 방안으로 여러 차례 강조한 소신은 “국민들이 바라는 대로 사법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 그 대안으로 형사 재판에서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 절차를 준수하고 소송구조제도, 국선변호인제도, 피해자 진술조력인 제도 등 각종 사법 제도들을 법원이 앞장서서 안내해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피켓 시위를 하는 지역민이 나타날 때마다 법원 감사관실에서 직접 억울함을 들어주고 사법 절차를 설명해주는 모습도 서울 지역 법원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춘천지법의 독특한 광경이다. 그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좋은 사법 제도가 많은데 법원이 이를 더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도 공을 쏟고 있다. 4월부터 ‘이달의 우수직원 포상’을 도입해 매달 2명씩 격려금을 지급하는 한편 햇볕 차단을 위해 사무실마다 답답하게 커튼을 쳐 놓았던 광경도 자외선 차단 필름 부착으로 더 이상 볼 수 없게 했다. 올 하반기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정부 미술품을 대여받아 사무실에 비치할 계획이다. 이 법원장은 “생일을 맞은 모든 법관과 직원에게 매달 손수 카드도 써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춘천시와 함께 추진 중인 청사 이전 작업도 이 법원장에게 남겨진 과제다. 춘천지법 청사는 1975년 건립돼 벌써 44년이 됐다. 현재 춘천지방검찰청과 함께 강원대 인근 옛 611경자대대 부지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법원장은 “이르면 내년께 설계 작업에 들어갈 텐데 법원 가족들의 의견을 신청사에 설계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1961년 충북 충주 △1979년 청주고 졸업 △1984년 서울대 법대 졸업 △1985년 제27회 사법시험 △1988년 제17기 사법연수원 △1991년 서울지법 동부지원 판사 △1997년 대전고등법원 판사 △2000년 대전지법 공주지원장 △2003년 대전지법 논산지원장 △2008년 대전지법 천안지원장 △2011년 대전지법 수석부장판사 △2013년 대전고법 수석부장판사 △2019년 춘천지방법원장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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