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가 26일 입수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법원 노조)의 올해 상반기 법원장급 이상 인사 평가에 따르면 전체 42명의 인사는 평균 80.8점을 받아 직전 평가인 지난해 하반기 39명 평균 점수 72.4점을 8.4점이나 웃돌았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법원장급 이상 인사 40명의 평균 점수인 79.1점 보다 높은 수준으로 법원 고위층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도가 회복되고 있다는 의미다. 2회 연속 평가를 받은 법원장급 90% 이상이 상승한 것에서 이 같은 분위기를 옆볼 수 있다. 직전 평가인 지난해 하반기 평가와 올해 평가를 받은 36개 직위 가운데 33명의 점수가 올랐다. 특히 1월 인사 때 교체되지 않은 법원장 중 지난해 하반기보다 평가가 내려간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고영구 광주가정법원장(91.7점)이 31.8점이나 올라간 것을 비롯해 한승 전주지방법원장(89.3점) 18.3점, 강현중 사법정책연구원장(75.6점) 15점 등이 높아졌다.
김 대법원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 직후인 올 1월 새로 임명한 신임 법원장들 역시 대다수가 전임보다 후한 성적표를 받았다. 김흥준 서울남부지방법원장이 87.8점으로 전임보다 무려 23.7점이나 상승했다. 뒤를 이어 사법부 최초로 법원장 후보 추천제로 임명된 손봉기 대구지방법원장(91.4점) 21.2점, 구남수 울산지방법원장(92.3점) 16.4점, 권기훈 서울북부지방법원장(87.2점) 15점 등 전임 법원장보다 높은 점수를 얻었다.
법조계는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사법부가 지난해 하반기 최악의 혼란에서 벗어나 차츰 안정을 찾은 효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사법부 핵심부가 사상 처음 검찰 수사를 받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되는 등 법원이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법원 고위직들이 직원들에게도 좋은 평을 받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는 것이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인사들이 기소되고 나서는 법원 문제에 대한 직원들의 우려가 그나마 줄었다”며 “각급 법원들이 사기 진작을 위해 다양한 변화를 꾀한 것도 주효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사법부 수장인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최고위직들의 경우 여전히 지난해 상반기 평가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 법원 내부 소통에 더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하반기 75.6점(100점 만점)에서 올 상반기 76.8점으로 1.2점 높아지는 데 그쳤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74점)과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70.9점) 등도 지난해 하반기에 재직한 전임보다 각각 10.9점, 3.3점씩 높은 평가를 받았을 뿐 1년 전 점수에는 미달했다. 지난해 상반기 평가가 존재하는 37개 법원장 직위 중 16명도 1년 전 평가 수준을 뛰어넘지 못했다. 법원 노조 관계자는 “법행정권 남용 수사 후 연루 법관에 대한 징계와 재판 배제 조치가 미진한 것에 대한 실망감이 아직 남아 있다고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